효능·안전성·편의성 개선···기존 신약 뛰어넘는 바이오베터 개발 열기
셀트리온·알테오젠·한미약품·GC녹십자 등 바이오베터 임상 박차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점차 레드오션이 되면서 국내 바이오테크를 중심으로 차세대 ‘바이오베터’ 연구개발이 늘어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보다 개발 비용은 높지만, 독자적인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어 부가가치 측면에서 경제성이 높기 때문이다. 

바이오베터와 바이오시밀러 차이./ 표=정승아 디자이너
바이오베터와 바이오시밀러 차이./ 표=정승아 디자이너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기업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바이오 신약 약효나 복용법을 개선한 바이오베터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바이오베터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기반으로 효능이나 안전성, 편의성 등을 개량한 약이다. 효능과 안전성 측면에서 기존 신약보다 더 뛰어난 약의 우월성이 입증돼야 하고 신약과 동일한 규제의 지침을 따르기 때문에 임상 개발 비용이 클 수 있다. 이 때문에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통상 2~3배 비싼 가격으로 출시된다.

다만 출시 이후엔 임상적 이점과 특허, 데이터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보다 부가가치 창출 면에선 유리한 위치에 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바이오베터 중 가장 잘 알려진 제품으론 셀트리온의 ‘램시마SC’가 있다. 램시마는 존슨앤드존슨의 자가면역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램시마SC(성분명 인플릭시맙)는 정맥주사(IV) 제형의 ‘램시마’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량한 제품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레미케이드에는 없는 SC 제형이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하주사형은 정맥주사형 대비 투약 편의성과 약물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셀트리온 외에도 한미약품, GC녹십자, 알테오젠 등이 바이오베터 연구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제품보다 반감기, 주사 편의성, 순도와 안정성을 높인 바이오베터를 개발 중이다.

한미약품은 단백질 의약품의 반감기 늘려주는 ‘랩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당뇨병, NASH 등의 적응증으로 연구개발 중이다.

랩스커버리는 단백질 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이다. 인체 투여 횟수를 줄이고 투여량을 감소시켜 부작용을 줄이고 효능을 개선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해당 기술이 적용된 다수 파이프라인은 글로벌 임상 후반 단계에 진입해 있다.

알테오젠은 단백질 캐리어인 ‘NexPTM’ 기술을 가지고 있다. NexPTM 기술은 단백질을 운반체로 만들어 사용해 기존 반감기를 늘려 체내에 오래 남도록 하는 것이다. 알테오젠은 NexPTM 융합기술을 적용해 지속형 인성장 호르몬 제품을 개발 중이다. 현재 국내 임상1상을 완료했고, 소아임상 2상은 인도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GC녹십자도 페그테오그라스팀 성분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뉴라펙’으로 바이오베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뉴라펙은 항암 화학요법 이후 체내 호중구 수치가 감소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용도로 암 환자에게 사용하는 약물이다. 오리지널 제품인 한국쿄와기린의 ‘뉴라스타’를 업그레이드한 바이오베터 제품이다.

GC녹십자에 따르면 뉴라펙은 특정 위치에만 폴리에틸렌글리콜을 붙이는 페길레이션 기술을 적용해 기존 치료제보다 순도와 안정성을 높이고 약물의 반감기를 늘렸다. 2014년 8월 식약처 허가를 받아 2015년 3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캐나다 시장조사업체(Emergen Research)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바이오베터 시장은 273억7000만달러로 연평균 성장률은 30.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의약품 가격이 높은 오리지널의약품보다 사용자의 편의성 및 약효 극대화 등을 개선한 바이오베터 개발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베터는 개량 신약이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대비 광범위한 임상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며 “다만 신약만큼 성공 확률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지 않고 케미칼 의약품 대비 경쟁사의 진출이 어려워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베터 연구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의 파이프라인도 점차 다각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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