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물가에 ‘자이언트스텝’ 기조···양국간 금리 차 크게 벌이지면 외화 유출 및 환율 폭락 초래
국내 물가도 치솟아 한은 빅스텝 사실상 불가피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커지는 것도 이번 빅스텝 배경으로···”
“미국이 금리인상 기조를 꺾지 않아 다음 달 금통위도 빅스텝을···”
최근 금리인상이 경제 부문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5%를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을 밟았기 때문인데요. 그 배경으로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거론되는 것과 관련, 물가 등 ‘각자 나라 상황에 맞춰 금리정책을 펴면 되지, 미국금리 정책을 왜 우리가 꼭 따라가야 하냐’라는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계신 듯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현재 한은의 금리인상은 미국의 금리 정책을 ‘따라가는 것’이라기 보다 ‘금리 차를 벌리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최근까지 3번 연속 자이언트스텝(금리를 한 번에 0.75% 인상)을 밟으며 금리를 끌어올렸습니다. 소비자 물가가 치솟아 이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와중에 우리만 금리를 올리지 않고 독자노선을 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국내에 투자된 외화가 미국으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돈은 이자가 높은 곳으로 가기 마련입니다. 적금을 들 때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면 이해가 쉬워집니다.
또한 이는 달러 대비 원화 가치를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지난해만 해도 1100원대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쉽게 말해 작년엔 1달러를 사는데 1100원이 들었다면 지금은 1400원이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한은은 미국과 금리차를 최대한 벌어지지 않게 유지해야 합니다.
미국이 또 한번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 한은의 행보는 겨우겨우 ‘현상유지’를 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굳이 미국이 아니더라도 환율과 더불어 우리나라 물가 상황을 감안해도 금리인상은 피하기 어려운 수순인 듯합니다.
그러나 금리인상으로 대출족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해 보입니다. 가뜩이나 과거 부동산 폭등 및 대출 조이기 정책 때문에 영끌족들도 많아진 상황입니다. 이들이 붕괴되지 않도록 신경 쓰고 대안을 내놓는게 정부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다만 모든 경제현상이 그렇듯 미국도 우리도 무한정 금리를 끌어올리진 않을 것이란 사실은 분명합니다. 지금의 예금금리나 환율이 불과 1, 2년 전만해도 상상하지 못한 수준이었듯이 현재의 상황도 언젠가는 정상화될 것이란 생각으로 세계경제 겨울을 잘 버텨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