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부자재 가격 상승 속 소비자물가 인상 잇따라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하면서 기업들의 소비자물가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는 기간을 정해놓고 그 주는 무지출로 살겠다는 다짐으로 챌린지를 이어가는 ‘무지출 챌린지’, 평소 냉장고에 안 먹고 쌓아둔 먹거리를 요리해 먹는 ‘냉털(냉장고 털이)’ 등이 인기다. MZ세대뿐 아니라 돈을 아끼기 위해 장보기를 포기했다는 ‘장포족’까지 등장했다.
유통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가공식품 가격을 올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가공식품 32개 품목 가운데 22종의 가격이 전월보다 올랐다. 고추장(11.7%)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고 콜라(9.6%), 참치캔(5.9%), 마요네즈(5.1%), 라면(4.8%) 등 대부분 가공식품 가격이 올랐다.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CJ제일제당과 대상, 오뚜기, 삼양식품, 동서식품,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식품업체 임원을 대상으로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당시 권재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식품업계는 대체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증가하고 있는 만큼 물가안정을 위한 협력이 절실하다”며 “한 번 오른 식품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비판을 수용하고 고물가에 기댄 부당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국제 유가 하락세를 근거로 4분기 이후 식품기업의 원자재 비용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식품업체들은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는 다시 가공식품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또 정부의 요구에 식품업체들은 난감한 분위기다. 물가 관리에 실패한 것을 식품업체에 떠넘기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주장 중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올랐다는 것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올 2분기 주요 식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CJ제일제당이 6.71%, 대상 4.74%, 동원F&B는 2.58%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73%p, 동원F&B는 0.25%p 하락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공식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원산지에서 사오는 비용, 운반비, 보관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가공식품의 경우 산지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국내에서 제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요즘처럼 달러 환율이 오르면 같은 양의 원재료를 수급하는데 비용이 더 들게 된다”고 했다.
소비자들도 잇단 가격 인상과 경기 불황에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요리하며 최대한 지출을 아끼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 식품업체들도 원부자재 가격상승으로 인한 적자를 피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올리며 자구안을 펴고 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정부의 압박뿐이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식품업체들의 부담도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루빨리 기업의 부담을 더는 실질적인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