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법 비난 여론의 원동력은 부정적인 통신사 이미지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최근 IT업계에서 ‘망 사용료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둘러싼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3사와 구글, 넷플릭스, 트위치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여론전이 치열하다. 국회에서 추가 발의 및 공청회 등 망 사용료법 처리에 속도가 나자 유튜브와 트위치가 직·간접적으로 입법 저지 운동을 진행한 것이 발단이 됐다.
지난 12일 통신3사는 이례적으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글로벌 CP들의 여론전 탓에 그간 망 사용료법에 긍정적이던 정치권이 갈팡질팡하면서 법안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22대 민생 입법과제'에 망 사용료법을 포함하는 등 법안 추진에 적극적이었지만, 지난 2일 이재명 대표가 SNS에 “망 사용료법 문제점이 있어 보입니다”란 글을 올리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 정청래 과방위원장도 망 사용료법에 대해 “소수의 국내 ISP를 보호하려는 편협하고 왜곡된 애국마케팅을 하다 국내 CP의 폭망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콘텐츠 창작자와 소비자의 피해를 강조하며 여론전에 나선 글로벌 CP들의 전략이 제대로 먹힌 셈이다. 여기엔 망 사용료법에 대한 이해보단 국내 통신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5G 망 투자를 소홀히 하고, 요금제 선택권 확대를 주저하는 등 그간 통신사들이 보여준 행동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들의 여론전에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통신사에 대한 비난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망 사용료 이슈는 그 자체로 평가해야 한다. 다른 문제를 이 이슈와 결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망 사용료법의 취지는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하는 CP가 망을 사용하고도 대가를 내지 않는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 및 디즈니플러스, 애플 등 일부 글로벌 CP들과의 역차별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소비자에 비용을 전가하는 것도, 국내 CP들의 성장을 저해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소비자들이 데이터를 이용하는 대가로 통신사에 요금을 납부하듯이, CP 역시 망 사용에 대한 대가로 비용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경제의 원리다.
통신사에 대해 비난할 부분은 비난하되, 망 무임승차 방지라는 입법 취지를 고려해 법안 필요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