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모든 생물에서 찾아온다. 그것은 모든 생물이 지구에서 태어나 진화하였고, 똑같은 DNA의 기원을 가진 동포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죽음은 소중한 일이다. 죽음과 함께 다양성을 가진 생물들이 끊임없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고바야시 다케히코는 게놈 재생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죽음의 의미를, 철학·종교의 시각 대신 생물학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저자에 따르면 생물의 죽음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먼저 사고사(事故死)다. 잡아먹히거나 절벽에서 떨어져서 죽는 경우가 이것이다. 좀 더 큰 규모의 사례는 공룡이 멸종한 원인으로 여겨지는 운석 충돌이나 대규모 기후 변동 등이다.
저자는 “생물은 우연히 이기적으로 태어나서 공공적으로 죽는다”고 말한다. 지금 존재하는 생명이 죽음으로써 더 다양하고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진 생명들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죽음은 ‘나쁜 일’이 아니라 ‘필요한’ 일이다.
죽음은 현재 살아 있는 생물의 시각에서 보면 삶의 ‘결과’이고 ‘끝’이지만, 기나긴 생명의 역사에서 보면 존재의 ‘원인’이며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서 삶과 죽음이 거듭되는 무대인 지구를 인간 스스로 파괴하지 않고 지켜나가기 위해 해야 할 일, 생물 종의 다양성을 유지해야 할 이유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이 내린 “우리는 우리보다 더 진화하고 더 다양화된 다음 세대를 위해 죽어야 한다”는 결론은 지극히 논리적일 뿐 아니라 매우 획기적인 생각이다.
이 생각 때문에 이 세상에서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대한 공포가 이내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죽음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하고 그것과 과장된 두려움 없이 마주 서게 해준다.
이 책은 일본에서 현재 16만부 이상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베스트셀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