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시행 따른 전기차 수출 감소 예상···반작용으로 내수 물량 늘어날 수 있어
최근 고물가·고금리 흐름으로 소비 부담 늘어···계약 취소로 출고기간 짧아질지 기대 높아져
전문가 “적체물량 많아 단기간 내 출고기간 줄어들긴 어려워”···보조금 이슈도 변수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전기차 수출 감소 전망이 나오며 상대적으로 국내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고물가·고금리 흐름까지 겹치며 구매수요가 감소해 출고기간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높아진다. 다만 최근의 상황에도 실질적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IRA 시행에 따른 반작용으로 국내 전기차 물량이 일부 늘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수출용 차량과 국내 판매 차량의 인증기준이 다르고 옵션 사양 등에서 차이가 있어서 수출물량을 그대로 판매하는 것은 어렵지만 부품을 공유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국내 출고 상황이 일부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IRA는 북미 지역 내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지급하는 방안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를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어 세액공제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미국 내에서 전기차 생산이 이뤄질 조지아 공장은 2025년 완공 예정이다.

현재 한국 정부가 칠레와의 협업을 통해 일부 세액공제 지급 방안을 마련하고, 미국에선 IRA 예외 조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예외조항이 통과하더라도 2025년까진 해외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 내 아이오닉5 판매량은 1516대로 전월 1978대 대비 30% 감소했다. 미국은 지난 8월부터 IRA를 시행했다.

국내 물량 확대 가능성과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IRA 이슈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별히 국내 물량에 집중하겠다고 결정내린 바 없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 및 기아의 주요 전기차 출고까진 ▲아이오닉6 롱레인지 15개월 ▲아이오닉5 롱레인지 12개월 ▲EV6 롱레인지 14개월이 소요된다. 국내 전기차 물량이 늘어날 시 1년 이상 소요되는 주요 전기차 모델의 출고기간이 일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국내 주요 전기차의 출고기간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주요 전기차의 출고 기간.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아울러 최근 고물가·고금리 흐름이 자동차 계약 취소로 이어지며 출고기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감행했다. 지난 7월 빅스텝 결정을 내린 데 이어 또다시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한 것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3.00%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상돼 자동차와 같은 가격대가 높은 소비재 구매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대에도 아직까진 계약 이탈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진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 영업사원은 “종종 계약을 취소하는 고객들이 있지만, 그 숫자가 많은 편은 아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역시 실제로 전기차 출고기간에 변화가 이뤄지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IRA 여파 및 소비 부담 증가로 출고기간이 줄어들 수 있지만, 적체물량이 많아 실제 변화는 내년에서야 나타날 것이다”며 “아울러 전기차 수요가 높아 출고 기간이 비약적으로 짧아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기차 보조금 이슈도 변수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다르게 구매 시 보조금이 지급돼 잔여 보조금 여부에 따라 판매량이 영향을 받는다. 올해 하반기 보조금이 모두 소진될 경우 내년 상반기 보조금 배정까지 구매가 밀릴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서울시 전기차 잔여 보조금은 택시를 포함해 6048대 분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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