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정부 의견 차이로 그간 파행 거듭
새 정부, 인사권 영향력 확대할 가능성 커
중앙회 공적자금 전액 상환한 점도 변수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Sh수협은행이 차기 행장 선출을 위한 절차에 돌입하면서 이번엔 재공모 없이 한 번에 선임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간 수협은행장 인선은 모기업인 수협중앙회와 정부의 이견으로 파행이 반복된 바 있다. 이번 인선에선 정권이 바뀐 점이 핵심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중앙회가 공적자금을 전액 상환한 점도 파행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차기 행장 인선 절차에 돌입했다. 후보군 선정은 공개 모집으로 진행됐고, 지난 7일 마감 결과 총 다섯명이 지원했다. 김진균 현 수협은행장, 강신숙 수협중앙회 금융담당 부대표(상무), 권재철 전 수협은행 수석부행장, 김철환 전 수협은행 부행장 그리고 최기의 KS신용정보 부회장 등이다.
업계는 김진균 수협행장의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본다. 임기 중 실적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11월 취임 이후 사실상 첫 성적표인 지난해 2216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1년 전과 비교해 22% 급증한 규모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9% 늘어난 1206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김 행장의 대항마로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강신숙 중앙회 부대표다. 강 부대표는 지난 2013년 수협은행 최초의 여성 부행장에 올랐고, 2016년 수협중앙회 첫 여성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경력이 있다. 외부출신 인물로는 최기의 KS신용정보 부회장에 관심이 쏠린다. KB국민은행 여신그룹 부행장, 전략그룹 이사부행장을 거쳐 KB금융지주 카드사설립기획단장, KB국민카드 초대 대표 등을 역임한 정통 금융인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이번에도 수협은행장 인선이 파행으로 치달을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더 큰 분위기다. 그간 수협은행장 인사는 한 번에 결론을 맺지 못하고 재공모를 통해 가까스로 결론을 내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수협중앙회가 신경분리를 단행한 후 1대 행장을 제외하고 모두 재공모를 걸쳐 행장을 선임했기 때문이다. 2대 행장의 경우 세 번의 재공모 끝에 이동빈 행장이 임명됐으며 3대 행장인 김진균 행장은 두 번의 심사 끝에 선임됐다.
수협은행장 선임이 쉽게 결정되지 않는 이유는 독특한 행추위 구성 때문이다. 수협은행 행추위 위원은 수협중앙회 측 인물 두 명과 함께 정부 추천 위원 3인 등 총 5인으로 이뤄진다. 정부 측 인물이 참여하는 이유는 수협은행의 모기업인 수협중앙회가 지난 2001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총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았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로 중앙회의 신용사업 부문의 부실규모가 커져 취해진 조치다.
그런데 수협은행장으로 선임되기 위해선 행추위 5인 중 4인의 찬성이 필요하다. 중앙회와 정부 각 진영이 원하는 인물을 행장에 앉히기 위해선 상대측 위원을 반드시 설득해야 한다. 서로 지지하는 인물이 다를 경우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 정권이 바뀐 점은 행장 인선에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가 금융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차기 수협은행장 인선에 깊이 개입할 확률이 높다. 역대 정권들을 돌이켜보면 집권 초 국책은행 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 인사에 관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정부의 강한 개입으로 중앙회와의 의견 차이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특히 김 행장은 전 정부 시기에 임명된 인물이기 때문에 중앙회에서 김 행장의 연임을 지지할 경우 갈등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정권 초기인 상황을 고려해 중앙회가 정부 '눈치보기’ 태도를 취한다면 정부의 입장이 관철되는 쪽으로 쉽게 결론이 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중앙회가 공적자금을 전액 상환한 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앙회는 잔여 공적자금 7574억원을 국채로 납부하는 방식으로 지난달 9월 모두 상환했다. 당초 중앙회는 오는 2028년까지 수협은행의 배당금으로 상환하기로 했지만 수협은행의 재무상태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어 채권으로 미리 갚기로 정부와 합의했다. 중앙회는 이번 공적자금 상환으로 경영 자율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정부는 국채를 활용한 상환이 공적자금 회수로 보기는 어렵단 입장이다. 국채의 만기 도래로 전액 현금화되는 2027년까지는 엄밀히 말하면 상환이 완료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공적자금 회수에도 불구하고 회추위 구성에 변화가 없는 점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중앙회가 올해 행장 인사에서 자율성을 더 요구한다면 정부와의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측 인사가 여전히 회추위원 3자리를 차지하고 있기에 수협은행장 인선에 정부의 입김은 올해도 강하다”라며 “하지만 올해 정권 교체와 공적자금 상환 이슈가 있는 만큼 인선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