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포인트파트너스, 9번째 데모데이 개최
미래 위기 해결할 '딥 임팩트' 스타트업 총출동
"국내 VC들, 딥테크에 주목···기술이 해결사 될 것"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기후 변화, 노동인구 감소, 주거 양극화 등 미래 위기를 해결할 딥테크 스타트업이 총출동했다. 이들 기업은 국내 최대 규모 데모데이에 참석해 다가올 위기를 극복할 혁신 기술을 소개하고, 투자 유치에 나섰다. 

12일 국내 최대 액셀러레이터(AC) 기업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9번째 데모데이 '블루포인트 데모데이9, 딥 임팩트(Deep Impact)'를 개최했다. 3년 만에 열린 오프라인 행사인 만큼 1400명 이상의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날 데모데이의 주제는 '딥 임팩트'로 지구의 소행성 충돌 위기를 다룬 1998년 영화 제목과 같다. 소행성처럼 갑작스럽게 다가올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혁신과 맞닿아 있다는 취지다.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미래 위기가 정해진 궤도라면 기술이 이것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표는 "기술이 솔루션이 되려면 극복해야 할 게 많다"며 "성능이 높고, 경제성을 갖추고, 시장에서 선택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12일 블루포인트 데모데이에서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염현아 기자
12일 블루포인트 데모데이에서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염현아 기자

블루포인트는 다가올 위기를 '환경·DT(디지털전환)·산업·주거' 4개로 분류했다. 각 분야별로 △환경(인투코어테크놀로지, 위미트, 뉴트리인더스트리) △DT(랩노트, 뒤끝, 이너버즈) △산업(퀀텀캣, 크라이오에이치앤아이, 알티엠) △주거(스페이스웨이비, 케이엘, 리브애니웨어) 등이 소개됐다. 

첫 번째 세션인 환경 분야에서는 인투코어테크놀로지의 기술이 소개됐다. 인투코어테크놀로지의 핵심 기술은 플라즈마 기술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 저감 및 신재생에너지 변환 솔루션이다.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플라즈마 가스 변환 장치를 이용해 메탄올, 친환경 수소, 항공유 등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인투코어테크놀로지는 지난 2018년부터 대구 쓰레기 매립장에 메탄올 생산 플랜트를 마련해 친환경 에너지 변환 실증을 진행 중이다. 최근엔 인천에 위치한 수도권 매립지에서도 실증이 시작됐다.  

최근 한국화학연구원과 저탄소 항공유를 공동개발하기도 했다. 올 4월 유럽연합(EU)은 오는 2025년부터 EU에서 이륙하는 모든 비행기에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을 80%까지 줄이는 저탄소 항공유 사용을 의무화했다. 2027년부턴 국내에서도 적용될 예정이다.   

12일 블루포인트 데모데이에서 최종윤 앤트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염현아 기자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는 바이오 분야 최적화된 연구 데이터 기록 시스템 ‘랩노트’를 만든 스타트업 앤트가 무대에 올랐다. 

최종윤 앤트 대표는 "현재 바이오 연구 데이터는 92%가 수기로 기록되는 등 연구원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만, 수기 기록으론 정확한 실험 재현이 불가능한다"며 "랩노트를 통해 사용 물질, 상세 조건 등 데이터를 간단하게 입력해 실험과정을 손쉽게 기록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랩노트는 신약후보물질 검증 시 실험 설계부터 수행, 유효성 확인(QA), 결과 보고 등 절차를 효율적으로 기록하고 체계적인 관리하도록 개발됐다. 최근엔 서울아산병원 항암유효성평가지원센터(APEX)와 항암 신약 비임상시험 자동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2020년 설립한 앤트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스트롱벤처스, 삼양화학그룹 등으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최 대표는 "2억4000만건에 달하는 연구 데이터를 랩노트로 통해 디지털로 연동하는 서비스와, 원격 실험도 가능한 클라우드랩 제작 등 바이오·나노·화학 분야의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문서작업엔 마이크로소프트가, 디자인 업무엔 아도비가 있는 것처럼 바이오·나노·화학 연구엔 랩노트가 표준툴이 되는 게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 랩노트는 이미 10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최근엔 조달청으로부터 혁신제품으로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12일 블루포인트 데모데이에서 임원균 크라이오에이치앤아이 연구소장이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염현아 기자

산업 부문 혁신 스타트업으로는 크라이오에이치앤아이가 크게 주목받았다. 일본 알박, 스미토모, 유럽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던 반도체·디스플레이용 극저온 진공펌프의 국산화에 성공한 유일한 기업이다.

크라이오에이치앤아이가 개발한 고진공 크라이오 펌프는 기체 분자를 냉각해 펌프로 분자를 제거해 진공상태를 만들어 산소나 수분에 취약한 첨단 공정 등에 활용된다. 반도체 공정의 초기 작업에도 필수적인 기술이다.  

임 연구소장은 "지구에서 가장 추운 남극이 영하 89도인데, 지구보다 차가운 영하 269도의 극저온으로 냉각하는 기술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발했다"며 "현재 삼성,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들에 직간접적으로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블루포인트가 제작 중인 스타트업 생태계 다큐멘터리 영화 '베팅(Betting)'의 최초 예고편도 공개됐다. 과거 벤처 열풍부터 이어진 창업가들의 도전과 이를 돕는 모험자본을 다룬 이야기다. 이 영화는 내년 1월 국내외 OTT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