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기업대출 잔액 695조원···한달 새 7조원 이상 늘어
고금리 기조에 기업대출 금리도 ‘고공행진’
이자상환 부담 증가에 기업대출 고정금리 비중 30% 넘어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경제 위기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대출 잔액이 꾸준히 늘어 700조원에 육박했다. 아울러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기업대출 금리 역시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기업대출 부실 우려가 커졌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694조899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687조4270억원) 대비 7조4726억원 증가한 규모다.
가계대출이 올해 들어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최근 기업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지면서 가계대출 규모를 바짝 따라잡았다.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830억원을 기록했다. 8월 말까지만 해도 가계대출 잔액은 696억4509억원으로 기업대출에 비해 9조원 이상 많았지만 지난달에는 격차가 1834억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9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100조4823억원을 기록하며 1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8월 말과 비교하면 한달 새 3조7332억원 증가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 잔액 역시 지난 8월 말 기준 590조6780억원에서 지난달 말 594조4167억원으로 3조7387억원 늘었다.
기업대출 잔액이 이처럼 증가세를 나타내는 배경에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대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기업들의 운전자금 수요가 크게 늘었다. 아울러 회사채 시장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은행을 찾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문제는 기업대출 증가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업대출 금리가 치솟고 있단 점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4.26~4.47%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8월 기준 KB국민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4.45%로 전월(4.08%) 대비 0.37%포인트 올랐으며, 우리은행도 한달 새 기업대출 금리가 4.07%에서 4.47%로 0.4%포인트 상승했다. 하나은행(4.47%)과 농협은행(4.26%)도 같은 기간 대출금리가 전월 대비 각각 0.27%포인트, 0.38%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KB국민, 하나, NH농협은행의 경우 기업대출 금리가 가계대출 금리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금리 상승세로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되자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기업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8월 32.5%로 전월(27%)보다 5.5%포인트나 늘었다. 전년 동기(28.6%)와 비교해도 3.9%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들어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진 데다 최근에는 고물가,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까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기업대출 금리 역시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는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게 특히 타격이 더 크다”며 “기업대출 추이를 모니터링하며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