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은 금통위 빅스텝 단행 관측에 시장 냉각 가속화 전망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최근 6개월 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 추이. 금리인상으로 거래가 단기간에 급감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두 번째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면서 활력을 잃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 더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달 말 기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섰기 때문에, 연내에 8%를 상회할 수 있다는 점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하루 뒤인 12일 금통위가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빅스텝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5%대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는데다 1400원대 원·달러 환율 영향까지 더해진 영향이다. 빅스텝이 단행되면 지난 7월에 이은 두 번째 0.50%p 인상이 된다. 뿐만 아니라 2012년 9월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게 된다.

금리는 현 부동산 시장의 향배를 가를 가장 큰 변수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제 하루 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매매와 전세시장 모두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먼저 매매시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거래절벽이 거래실종 수준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같은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752건이었으나 지난달은 389건에 그쳤다. 5개월 새 77.8%나 급감한 것이다. 여기에 저금리 시대에 주택을 매수한 이들은 금리 부담에 매물을 던질 가능성도 있다.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22주째 내림세를 이어가며 집값 하락이 약 5개월째 이어지고 있어서다. 국토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38만539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3만7317건)보다 47.4% 줄었다.

전세시장에서는 역전세난과 깡통전세 문제가 심해질 수 있다. 임대차시장에서 금리인상으로 전세대출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는 영향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임차인들이 저금리 상황에서는 전세를 선호했지만 집값이 하락하고 이자 부담이 가중할 때는 월세 전환 수요가 커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시장에는 전세매물이 쌓여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물건은 4만249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2만5424건) 보다 67.1%나 급증한 수준이다. 전달(3만6747건)과 비교해도 15.6%나 늘어난 수치다.

매물 증가로 공급이 늘어나다보니 보증금은 과거 2년 전에 비해 억 대로 낮아진 곳도 생겼다. 서울 송파구에서는 대장주로 불리는 리센츠 전용 84㎡ 전세보증금이 12억원 수준에 나와있는데, 이는 2년 전 2020년 9~10월 보증금인 13억~14억원보다 1억~2억원 가량 낮은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집주인이 2+2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재계약하는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전세매물 적체로 집값이 내리면서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적어 계약 만료 시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는 깡통전세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월세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상호 간의 신용 확인을 통해 안전한 임대차 거래가 이뤄지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역대급으로 급감한 거래량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수도권 매매와 전세가격 모두 우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도 예상돼 수도권 전반에서 전세시장 약세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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