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 미 연준 긴축강화에 대응
전세대출 61%는 2030···대부분 변동금리
연속 빅스텝 시 1인당 이자 66만원 증가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한국은행이 좀처럼 잡히지 않은 물가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남은 두 번의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빅스텝을 단행할 전망이다. 2030 전세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93%에 달하는 전세대출 차주들이 변동금리형 전세대출을 받았는데, 이 중 60%는 20~30대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2일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연다. 시장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본다. 0.5%포인트 인상이 이뤄지면 올해 두 번째 빅스텝이다. 국내 기준금리는 3%대로 올라서게 된다.
증권가에선 한은이 다음달 24일에 열릴 회의에서도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논리는 크게 물가란 내부 요인과 한미 금리 차이, 환율 가치 방어 등 외부 요인으로 10, 11월 연속 ‘빅스텝’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올해 들어 긴축의 강도를 높였지만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108.93)는 작년 같은 달보다 5.6% 올랐다. 상승률은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낮아졌지만, 5%대 중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끌어올리는 점도 한은의 빅스텝 필요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매파적 신호를 보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더 벌어진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격차(미국 상단 기준)는 0.75%포인트다. 전문가들은 이 차이가 1%포인트까지 벌어지면 환율·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본다.
당초 빅스텝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던 이창용 한은 총재도 입장을 바꿨다. 앞서 이 총재는 “금리 인상에서 0.25%포인트를 기본으로 하되 빅스텝은 매우 특별한 상황에서만 하겠다”고 언급해왔다. 하지만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을 언급하자 이 총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물가가 5% 이상 오르는 상황에서는 불가피하게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파른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해 가장 어려움을 겪을 차주는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대출금리도 오르는 변동형 전세대출을 받은 2030세대들로 꼽힌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전세자금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전세대출 잔액 162조원 가운데 변동금리형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3.5%(151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변동금리형 대출 비중은 2019년 말 83.2%에서 2020년 말 86.7%로 최근 3년간 계속 늘었다.
전세대출을 받은 차주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30세대로 집계됐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전세대출 차주 가운데 20대는 22.2%(30만6013명), 30대는 39.4%(54만2014명)를 차지했다. 61%가 2030세대인 것이다. 대출 금액 기준으로도 20대 차주 23조8633억원(14.1%), 30대 차주 70조1325억원(41.5%)으로 총 100조에 달했다.
2030세대는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면 전체 대출에 대한 이자는 6조5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 연속 빅스텝이 이뤄지면 이자 증가액은 13조원까지 불어나는 셈이다. 차주 1인당으로 보면, 연이은 빅스텝으로 기준금리가 1.00%포인트 뛰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 추가 부담액은 65만5000원, 취약차주의 경우 51만8000원이 증가한다.
진 의원은 "전세자금 대출은 주거를 위한 생계용"이라며 "금리의 가파른 인상으로 청년층이 과도한 빚 부담을 떠안아 부실화하지 않도록 전세자금 대출 대환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