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일약품 제조 진해거담제 원료 ‘에르도스테인’ 수급 불투명···업체 “화일 방침 통보 없었다” 
중부노동청 수사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판단···경영진 의무 수행 여부 쟁점 될 듯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제약업계가 최근 발생한 화일약품 화재 사태 후유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화일약품이 제조하던 감기약 원료 수급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는 다른 제약사에 직간접 영향을 줄 전망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상신리공장에 화재가 발생한 화일약품이 일부 의약품 생산을 중단한 상황이다. 화일약품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제약공단 소재 상신리공장은 지난해 매출 기준, 110억원 규모 의약품 생산을 진행했다. 지난해 화일약품의 개별재무제표 기준, 전체 매출 1070억원의 10.3%를 점유한 규모다.  

문제는 화일약품 자체적으로 의약품 생산 중단에 따른 매출 손실도 있지만 화일이 제조해왔던 원료의약품 수급으로 요약된다. 화일약품은 원료약 매출 기준, 국내 4위 규모 업체로 추산된다. 진해거담제 ‘에르도스테인’과 당뇨약 ‘글리메피리드’, 기능성 소화불량제 ‘레보설피리드’, 치매치료제 ‘리바스티그민’, B형간염 치료제 ‘엔테카비르’ 등 원료와 완제 의약품을 생산해왔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특히 진해거담제 원료 에르도스테인은 화일약품은 물론 원료를 공급 받아 의약품을 제조하는 제약사에게 중요 품목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침가래약인 진해거담제 원료 에르도스테인은 올 상반기 기준, 66억원 내수 실적을 올려 화일약품 매출 9.7%를 차지한 품목”이라며 “그동안 화일약품으로부터 에르도스테인을 구매해 감기약을 제조해왔던 국내 제약사들이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화일약품으로부터 원료약을 구매해왔던 일부 제약사는 화일측 방침을 기다리고 있으며 일부 제약사는 다른 원료약 업체를 알아보는 상태로 파악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에르도스테인 관련, 화일약품으로부터 통보 받은 방침이 없는 상태”라며 “기존 재고가 많은 편이어서 현재로선 의약품 생산에 차질이 없으며 외부에서 판단하는 만큼 원료약 구매선 변경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우리 제약사에 필요한 원료약을 생산하는 다른 업체를 접촉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은 화일약품 거래 여부와 관계 없이 업계 전체에 해당하는 이슈”라고 말했다.  

향후 화일약품이 실제 상신리공장에서 의약품 생산을 재개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향후 상황을 더 체크해야겠지만 화재가 발생한 상신리공장을 복구하는데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가량 시간이 예상된다”며 “화일약품은 사태 수습에 앞서 에르도스테인 등 원료약 생산을 어느 공장에서 제조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화일약품은 상신리공장 외에 하길리공장과 반원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화일약품 사태의 또 다른 쟁점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다.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가 규정하는 산업재해 중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 화일약품 건의 경우 폭발과 함께 발생한 화재로 인해 근로자 1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를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업무와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해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으로 규정한다.  

화일약품의 법 위반 여부와 관련한 쟁점은 경영책임자가 안전과 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느냐 여부가 될 전망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 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 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화일약품 경영진이 이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결론 나고 처벌도 예상된다. 반면 의무 이행이 확인될 경우 처벌은 받지 않게 될 전망이다.  

법 위반 여부는 일단 당국이 판단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 광역중대재해관리과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중부지방노동청 관계자는 “현재 화일약품 건을 수사하고 있으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사가 종료되면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즉 중부지방노동청 수사를 통해 만약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확인되면 검찰 수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화일약품 사태가 감기약 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화일과 거래해왔던 진해거담제 제조업체들은 조만간 거래 유지 또는 신규 업체 물색 여부를 결정해야 할 전망이다. 화일약품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는 중부지방노동청 수사로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급격하게 떨어진 기온 등으로 감기 환자가 급증하는데 진해거담제 제조는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며 “제약업계에 부정적 이슈가 잇달아 발생하는데 여러모로 조심해야 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