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선 잠시 회복했다가 5800선까지 밀려
홍콩H ELS 관련 증권사 녹인 하회 공지 연이어 나와
미국 통화정책 속도조절과 중국 경기부양 움직임이 관건으로 꼽혀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반등을 꾀하던 홍콩H지수(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다시금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ELS의 경우 조기상환은커녕 녹인 배리어(Knock In Barrier·손실가능구간 진입)에 진입한 사례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상황 반전을 위한 주요 요건으로 미국의 통화정책 속도조절과 중국의 경기부양 움직임을 꼽고 있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ELS 기초지수로 주로 활용되는 홍콩H지수의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홍콩H지수는 전날 5880.71로 마감했는데, 이는 올해 1월 3일 시작가인 8286.09에서 29% 하락한 수치다. 홍콩H지수는 지난해 2월만 하더라도 12000선을 넘어서며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였었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홍콩H지수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관련 E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홍콩H지수가 내리면서 조기상환 실패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조기상환은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설정되는데, 이 기간 기초지수가 5%나 10%와 같이 특정 조건 이상 하락하지 않아야 옵션이 발동된다. 그런데 지수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조기상환에 실패하게 된 것이다. 

이미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미상환 잔액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H지수 관련 ELS의 미상환잔액은 21조1874억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9월 15조7666억원 대비 5조원 넘게 증가했다. 지난 1년 동안 홍콩H지수 관련 ELS가 9조원 가량 발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모습이다.

문제는 조기상환 실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금손실 우려까지 겹치고 있다는 부분이다. 홍콩H 관련 ELS의 발행금액 중 90% 이상이 녹인레벨 50~65% 사이에 있는데, 홍콩H지수는 지난해 고점인 12000선 대비 50% 넘게 빠진 상황이다. 지난해 지수가 높은 수준일 때 ELS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녹인 배리어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내 주요 ELS 발행사인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5곳의 증권사에서 홍콩H지수 탓에 녹인을 하회한 ELS 수는 최근 2주 동안 39개에 달한다. 이는 다른 지수 대비 압도적인 숫자다. 이들 중 대부분은 홍콩H지수가 11000~12000선 수준이었던 지난해 2~5월 사이에 발행한 ELS였다. 

글로벌 증시에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는 점에서 홍콩H지수 관련 ELS 투자자들의 상황은 좋지만은 않다. 지수의 반전 요인 보다는 하락 요인이 더욱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화 스탠스가 여전하고 중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중국 우량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가 추가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반전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연준 역시 경기 침체 상황을 고려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향후 지수 반등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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