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젤 페이버, 인텔·ARM 거쳐
美 오스틴 R&D 센터서 개발 리더 담당

나이젤 페이버 박사. /사진=ARM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가 영국 팹리스 업체 ARM 반도체 설계자산(IP) 개발 전문가인 나이젤 페이버 박사를 영입했다. 페이버 박사는 인텔과 ARM에서 각각 시스템반도체 분야 엔지니어와 임원을 역임한 인물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역량 강화에 나서며 지난달 미국에서 테크 포럼 행사를 개최하는 등 반도체 연구개발(R&D) 인재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페이버 박사는 삼성전자 시스템온칩(SoC) 설계와 시스템반도체 IP 개발 부문을 담당할 임원으로 최근 영입됐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R&D 센터에서 지난달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지난 2010년 설립된 오스틴 R&D 센터는 시스템반도체 회로와 솔루션 등을 개발하는 시스템LSI사업부의 핵심 연구 기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스틴 R&D 센터에는 로직 IP 개발과 관련해 여러 부서가 있는데, 페이버 박사는 개발 리더급으로 영입된 인사”라며 “자신의 전문 분야인 시스템반도체 회로 개발 등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직책은 상무에 해당하는 바이스 프레지던트(VP)로 임원급에 해당하지만, 해외 법인에서는 임원이라고 하지 않아 리더급 인사로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페이버 박사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서 IP와 SoC, 회로 분야 개발 경력을 쌓은 엔지니어링 전문가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6년간 인텔, 같은 해부터 지난 5월까지 17년간 ARM에서 반도체 구조 설계와 시스템 분석 등의 업무를 맡았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같은 학교에서 컴퓨터 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페이버 박사 영입은 차세대 반도체 인재 확보 차원으로 분석된다.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R&D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인 인적 자원 확충 행보란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에서 ‘테크 포럼 2022’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개최하고, 북미 지역 주요 대학 박사 200여명과 접촉해 인력 채용에 나선 바 있다.

이중에서도 삼성전자의 시급한 과제는 시스템반도체 인재 확보란 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기준 메모리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각각 43.5%와 33%의 시장 점유율로 글로벌 1위에 올랐지만,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는 선두 업체와 격차가 크다. 파운드리 매출은 TSMC의 3분의 1 수준이고, 팹리스 매출은 글로벌 10위권 밖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발표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이 분야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단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이달 중 미국 실리콘밸리와 오스틴 등에서 채용설명회를 개최하고 석·박사급 인재 확보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4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만나 ARM에 대한 포괄적 협의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ARM은 글로벌 반도체 IP 기업으로 모바일 칩 설계 분야에서 9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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