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인터셉트파마 등 글로벌 제약사, NASH 개발 실패
한미약품·HK이노엔·LG화학 '국내 선두'···"미국서 임상 순항"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수출도···"실패 대비해 여러 물질 확보"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개발 실패가 잇따르고 있지만, 여전히 개발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허가받은 치료제가 없는 만큼 개발을 완료하면 퍼스트인클래스에 등극해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 국내 기업들도 NASH 치료제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NASH 치료제 개발을 중단하거나 실패한 글로벌 빅파마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월 화이자는 개발 종료를 선언했고, NASH 치료제 개발에 재도전한 미국 인터셉트파마는 이달 초 임상 3상 최종 결과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면서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NAHS는 음주가 아닌 다른 이유로 간에 지속적인 지방이 축적돼 염증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간섬유증, 간경변증으로 이어져 간암으로 진행돼 사망률이 높다. 심각한 질병이지만, 아직 허가받은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아직 NASH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이유는 개발 자체가 어렵기 떄문이다. 발생 기전이 복잡하고 원인이 다양해 모든 원인을 잡는 약물을 개발하는 게 어렵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블루오션 NASH 치료제 시장은 10년 후 200억달러(한화 29조원) 규모 성장이 전망돼 많은 기업들이 찾는 도전 과제다. 현재도 미국 마드리갈,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빅파마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 중 한미약품과 HK이노엔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모두 2상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2개의 NASH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자체 개발한 약효지속 기반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활용해 후보물질 'HM15211'과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발굴했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지난 2020년 미국 머크에 1조원 규모로 술수출했고, 현재 HM15211은 자체적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HK이노엔은 국내 바이오 기업 퓨쳐메디슨과 함께 헝가리, 폴란드, 스페인 등 유럽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연내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코로나 상황에 따라 모집 인원 등 변동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LG화확도 역시 2개의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LG303174'는 간의 염증 진행과 관련된 VAP-1 단백질 발현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연내 미국 1상 마무리 후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다른 물질 'LG203003'은 지방 합성효소인 DGAT-2 활성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간내 지방 축적을 막는 기전으로 개발 중이다. 다른 치료제들과는 달리 1일 1회 경구 투여로 복용 횟수에서 차별점을 뒀다.
일동제약도 현재 미국 1상에 착수했다.
이들 기업처럼 직접 개발을 진행하기보다 글로벌 제약사들에 후보물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도 다수다.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자금이 풍부한 글로벌 빅파마들은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물질을 수입해가는 경우가 많다"며 "NAHS 치료제 개발이 워낙 어려워 향후 실패에 대비해 파이프라인을 확보해두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개의 NASH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인 유한양행은 이미 3건의 기술수출 성과를 내면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9년 가장 먼저 유한양행은 임상 1상이 진행 중인 'YH25724'를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9억달러 규모로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이 물질은 현재 1상 진행 중이다. 이후, 영국 길리어드사이언스에도 2개 물질을 연달아 수출했다. 길리어드는 내년 중 해당 물질들의 전임상을 마치고 임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현재 후보물질 발굴을 위한 전임상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도 기술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에스티도 지난달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에 제2형 당뇨 및 NASH 치료제 후보물질 'DA-1241'과 비만 및 NAHS 치료물질 'DA-1726'을 기술수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