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표준 공제되는 에누리 해당 여부가 쟁점

서울 서초동 대법원 입구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입구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이동통신사가 이용자들에게 지급한 단말기 보조금은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보조금이 ‘에누리액(할인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단말기 보조금의 과세적 성격을 가린 첫 판결다.

대법원 3부는 SK텔레콤이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경정 청구거부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SK텔레콤은 2008~2010년까지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구매한 이용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 기간 SK텔레콤은 약 2조9439억원을 과세표준에 포함해 국세청에 신고했다.

이후 SK텔레콤은 부가가치세법상 이 보조금이 과세표준에서 포함되지 않는 에누리액이라고 주장하며 부가가치세 10%에 해당하는 2943억여원을 돌려달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환급을 거부했고, 조세심판원에서 심판청구도 기각됐다. 2014년 SK텔레콤은 세무서의 경정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에누리액은 ‘공급 당시 공급가액에서 직접 공제되는 금액’으로 보고 과세표준에서 빼준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단말기 보조금이 과세표준에 공제되는 에누리액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재판의 쟁점이었다.

1심과 2심은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단말기 보조금을 에누리액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보조금은 이동통신 이용자의 단말기 구입과 관련된 지원금이지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에서 직접 가격을 깎아주는 게 아니라는 이유다.

SK텔레콤은 다른 통신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세금을 공제해준다는 이유로 조세중립성 원칙 및 조세평등의 원칙에 반하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KT 및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사업과 단말기공급사업을 같은 회사에서 하기 때문이다. 반면, SK텔레콤은 단말기 공급을 SK네트웍스가 하고 있다. 

2심은 “이동통신사업과 단말기 공급 사업을 함께 하는 다른 이동통신사업자들과 이동통신사업만을 하는 경우는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며 “단말기 보조금이 공급가액에서 직접 공제된 것이 아니므로 에누리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SK텔레콤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판단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은 부가가치세법에서 정한 에누리액의 요건과 판단 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