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
분기배당 시행···역대급 실적도 예고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최근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하는 등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주가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신한금융은 자사주 매입 뿐 아니라 분기배당도 시행하고 있으며 역대급 실적 발표도 예고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2020년 단행한 대규모 유상증자 이후 주가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전날 자기주식 429만7994주를 1500억원에 장내 매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날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3개월의 기간을 두고 사들일 예정이다. 하루에 매수할 주식 규모는 전체 매입 수량의 10%인 42만9779주로 정했다. 매입한 주식은 전량 소각한다.
KB금융·하나금융지주에 이어 신한도 자사주 소각에 동참했다. 더구나 신한금융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가 아닌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주식을 사들여 소각한다는 점에서 주주환원에 더 적극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장내 자사주를 매입하면 그만큼 자본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기업이 주주환원을 위해 시행하는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유통 주식수의 감소로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의 몫이 늘기에 배당을 확대하는 효과를 낸다. 주가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이와 함께 신한금융은 분기배당의 정례화 정책에 따라 3분기에도 주당 4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2124억원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2분기에 은행권 최초로 분기배당을 시작한바 있다. 올해는 3분기까지 총 6375억원의 배당금을 제공했다. 분기배당은 결산 배당 기준일 이후 주가가 크게 빠지는 ‘배당락’을 완화시키기에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된다.
신한금융은 결산배당까지 합하면 올해 총 배당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 예측한 신한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조1581억원이다. 최대 실적 기록을 작성한 작년 동기와 비교해도 17% 급증한 수준이다. 더불어 자회사인 신한투자증권의 여의도 사옥 매각 이익 3220억원이 3분기에 인식되면 실적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증권시장에서 신한금융의 유통주식이 다소 많다는 지적이 있어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다”라며 “신한금융은 분기배당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주주가치 극대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주가가 쉽게 회복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신한금융의 주가만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주가가 올라서지 않았다. 3년 전인 지난 2019년 12월만 해도 4만6000원 선을 기록했지만 현재 3만5000대에 머물고 있다. 20% 넘게 빠진 셈이다. 반면 ‘라이벌’인 KB금융은 최근 은행주의 동반 하락 속에서도 3년 전 주가 수준인 4만6800원선은 기록하고 있다.
신한금융이 주가 부진에 빠진 결정적인 이유는 지난 2020년 9월에 단행한 유상증자가 꼽힌다. 당시 신한금융은 보통주 3913만주를 새로 발행해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두 곳으로부터 1조1582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증자로 주식이 대규모로 풀리자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더구나 사전에 시장과 충분한 소통 없이 증자를 시행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충격은 더 컸다.
시장에선 신한금융이 대규모 신주 발행으로 주가 하락을 경험했던 만큼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가 상승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신한금융이 증자 이후 계속 강조했던 주주환원 정책 확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점도 주가를 끌어올릴 요인이란 평가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으로 최소한 경쟁사 수준의 주주 환원은 하겠다는 신한금융 경영진의 의사를 다시 확인했다”라며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은 유통 주식수의 감소라는 수급 효과 이상의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주식시장이 크게 부진하고 있어 신한금융 주가의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에도 긴축의 강도를 높일 것을 시사했다. 시장에선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주주환원에 박차를 가하는 점은 주가에 도움이 될 것이지만 약세가 계속되는 주식시장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