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덱스캡슐 성분, 7월 약평위 결과 반전···비용효과성 확보 위해 약가인하 전망
한미약품 ‘뮤코라제’ 성분은 급여삭제 확정···임상재평가 감안, 시행 1년 유예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정부의 올해 급여적정성 재평가에서 셀트리온제약이 기사회생했다. 당초 급여삭제로 결정됐던 ‘고덱스캡슐’이 최종 심의에서 급여 유지로 바뀐 것이다. 급여삭제 판정을 받았던 ‘뮤코라제정’을 보유한 한미약품도 일단 시행이 유예되며 시간을 벌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6일 2022년 제10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어 2021, 2022년 건강보험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심의 결과를 통과시켰다. 이번 심의는 지난 7월 진행된 약평위 심의 결과에 대해 일부 제약사가 제출한 추가자료 및 이의신청을 검토한 것이다. 급여재평가란 임상적 유용성이 미흡한 의약품에 대한 급여적정성을 재평가해 미흡한 품목은 급여에서 퇴출시키거나 또는 일부 제한하는 정책을 지칭한다.  

이번 약평위 심의 결과, ‘아데닌염산염 외 6개 성분 복합제’는 급여 적정성을 인정 받았다. ‘트란스아미나제(SGPT)가 상승된 간질환’에 대해 급여 적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심평원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판단은 7월 약평위 결과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당시 약평위는 아데닌염산염 외 6개 성분 복합제의 트란스아미나제가 상승된 간질환 적응증이 급여 적정성을 인정 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심평원은 약평위 세부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데닌염산염 외 6개 성분 복합제에 해당하는 고덱스캡슐을 생산하는 셀트리온제약 역시 홍보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구체적 설명을 청취할 수 없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단, 셀트리온제약은 보도자료를 통해 “7월 심평원 1차 급여재평가에서 ‘급여적정성 없음’ 판정을 받은 후 이의 신청을 접수하고 추가 소명 자료를 제출, 2차 평가에서 급여 유지 결정을 받았다”며 “이번 평가 결과에 따라 고덱스캡슐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마케팅과 생산에 집중하는 등 영업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제약에 따르면 고덱스캡슐은 지난 2002년 국내 3상 임상 결과를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최초 판매허가를 획득한 후 연구자 임상시험을 통해 간질환 치료에 대한 유효성을 입증해 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고덱스캡슐 급여 유지 확정은 셀트리온제약이나 내년 재평가를 받아야 하는 업체 입장에서 봤을 때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석 달 사이 정부 판단이 180도 바뀐 것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약평위에서는 당초 급여삭제로 결정됐던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성분이 급여 적정성을 인정 받지 못했다. 하지만 내년 임상재평가 최종 결과가 예정돼 있어 급여삭제를 1년간 유예키로 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심평원이 약평위 결과를 정리해 보건복지부에 보고하면 복지부가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성분 품목을 생산하는 제약사들과 조건부 환수협상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지시하게 된다”며 “환수 협상에 합의하는 품목에 한정, 급여삭제가 유예된다“고 설명했다.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성분 품목에는 한미약품 뮤코라제정이 포함돼있다. 이에 한미약품도 한숨 돌렸다는 평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급여재평가와 임상재평가를 동시에 받는 제약사는 여러모로 부담이 크다”며 “이에 7월 약평위 종료 후 급여재평가 결과 적용을 1년 연기해달라고 제약사들이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약평위는 지난해 급여재평가 결과, 1년 내 임상적 유용성 자료를 제출하라는 조건부 급여 판정을 받았던 ‘아보카도 소야’ 성분 제제에 대해 급여 적정성을 인정했다. 나머지 성분은 지난 7월 약평위 심의 결과와 동일하다. 이번에 급여 유지가 확정된 고덱스캡슐의 경우 향후 자진 약가인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복지부와 업계에 따르면 급여재평가 핵심 기준은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이다. 임상적 유용성은 교과서나 임상진료지침에서 해당 약제를 권장하는지, 근거기반 임상연구 문헌 등에서 일관성 있게 지지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고덱스캡슐은 선진 8개 국가에 허가 및 등재돼 있지 않으며 처방 권장 내용도 교과서와 임상진료지침에 부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복지부는 고덱스캡슐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하며 대체약제에 비해 약가가 높기 때문에 비용효과성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이같은 입장을 분석하면 대체약제에 비해 높은 고덱스캡슐 약가를 낮추면 비용효과성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논리로 요약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고덱스캡슐 약가는 371원이고 대체약제로 판단되는 파마킹 2제복합제 ‘펜넬캡슐’은 312원, 단일제 ‘닛셀정’은 144원”이라며 “셀트리온제약이 고덱스캡슐 약가를 자진 인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으며 인하 폭은 전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복지부 정책목표는 임상적 유용성이 미흡한 의약품 급여를 제한하거나 퇴출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건강보험재정 절감도 중시한다”며 “복지부가 무조건 급여삭제가 아닌 차선책 약가인하로 건보재정 절감을 달성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결국 올해 급여재평가는 셀트리온제약 기사회생과 한미약품 시간 벌기로 마무리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내년 급여재평가 대비가 업계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내년 급여재평가가 예정된 히알루론산 점안제의 경우 연간 청구금액이 2300억원대여서 해당 제약사들이 벌써부터 부담을 갖고 있다”며 “업체들은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중심으로 준비하되 만약의 경우 약가인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