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만호 주택공급계획안 영향, 시장 분위기 반영 늦어지며 향후 감소 가능성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국의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시행사 또는 디벨로퍼로 불리는 부동산 개발주도업체는 폐업보다 신규등록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한달여 전 8·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270만호의 주택공급계획안을 일찌감치 예고함에 따라 개발에 뛰어든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해석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시장 분위기 반영이 늦어진 것일 뿐, 앞으로는 개업률이 수년 만에 최저치를 찍은 공인중개업소처럼 신규등록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7일 국토교통부 국가공간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에 기반을 둔 개발업체로 등록된 곳은 2763곳이다. 이는 올해 1월 2585개 업체에 비해 178곳, 약 6.9%가 증가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144곳이 폐업했고 325곳이 신규 등록을 마쳤다. 이밖에 소수가 이전등록을 하거나, 등록취소를 하는 일도 있었다.
신규등록 건수를 지역별로 나누어 보면 서울과 수도권에 기반을 둔 시행업체가 많았던 점이 눈길을 끈다. 올 들어 서울에서만 신규등록은 147곳이 진행됐고, 경기도에서는 97곳 업체가 등록을 마치며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신규등록업체가 많았던 서울과 경기도는 그나마 주택시장이 가장 늦게까지 집값 유지를 위해 버티던 곳이다.
반면 주택값이 대구와 함께 최장 기간 하향조정을 겪고 있는 세종특별자치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신규등록이 한 건도 없었다. 심지어 한 업체는 세종시에 기반을 두고 있었지만 타 지역으로 이전함에 따라 올해 초 16곳이던 시행업체가 15곳으로 감소했다. 신규등록이 두 건에 그친 울산광역시도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 초 395가구에 그쳤던 울산의 미분양 물량은 반년 만인 7월 말 기준 788가구로 두 배 수준으로 급증하는 등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냉랭해지고 있는데 시행업체 증가추세도 시황을 소폭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전국적으로 디벨로퍼 등록업체 증감추이를 봤을 땐 올해 초 대비 7% 가까이 증가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디벨로퍼가 개발을 위한 토지를 매입하며 받은 대출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고, 원자재값 인상으로 공사하는 것도 부담이어서 고민이 깊은 업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을 대상으로 부동산프로젝트 파이낸싱(이하 PF) 점검에 나서면서 신규 PF 대출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기존 PF 대출의 만기 연장도 어려워졌다. 연장 조건으로 부분 상환을 요구하면서 한번에 여러개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시행사 입장에서는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택경기 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은 공인중개업소처럼 디벨로퍼도 머지않아 신규등록이 서서히 줄고 폐업신고는 늘어날 수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에 신규 개업한 공인중개업소는 906곳으로 이는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저치다. 또 같은기간 폐업한 공인중개업소가 994건에, 휴업한 업소가 72곳이었던 점에 견주어보면 폐업이 개업을 넘어선 수준이기도 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 버티는 시행사들도 지방권은 미분양 급증에 PF 금리까지 치솟아 주택개발사업 포기가 속출한다하더라도 놀랍지 않은 상황”이라며 “1금융 은행들이 사실상 PF 대출을 중단하면서 브릿지론 조달이 쉽지 않은데 언제까지 디벨로퍼 등록이 증가하겠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