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공식 취임···금융위 관 출신으로 업계 문제 해결 기대 분위기
업계 과제 산적···'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시급
빅테크 기업과 공정한 경쟁 요구·부수업무 규제 완화 숙제
"업계 주요 현안 이해도 높아 희망적···당국과 원활한 소통 기대"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정완규 신임 여신금융협회장이 6일 여신금융협회 수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카드업계의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 신사업 진출 등 각종 과제가 산적한 것은 물론 금리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까지 우려되는 가운데 정 신임 회장이 업계를 대표할 새 수장으로서 어떤 청사진을 제시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업계에서는 어느정도 예견됐던 인물이 올라왔다는 평가다. 관 출신인 정 회장이 금융당국과 소통 가교 역할을 하며 규제 완화의 첨병이 돼 줄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정완규 전 한국금융증권 사장이 제13대 여신금융협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134개 국내 신용카드사, 리스·할부금융사, 신기술금융사를 대표하는 여신금융협회는 이날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정 회장을 최종 선임했다. 임기는 이날부터 3년이다.
앞서 여신금융협회는 지난달 6일 2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과반수 이상의 득표를 얻은 정 전 사장을 제13대 회장 후보로 총회에 단독 추천했다.
정 회장은 1963년생으로 3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금융위원회에서 공직을 시작해 시장감독과장, 자본시장과장, 기획조정관, 중소서민금융정책관,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금융증권 사장을 맡으며 현업에 대한 이해도를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그는 공직 시절 여전업을 담당하는 과·국장을 맡으며 실무 역량도 갖추고 있다.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도 역임하는 등 정당 경험까지 갖춰 현안 대응 능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는 모처럼 화색이 감도는 분위기다. 우선 윤석열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정책이 공식화된 만큼 업계 모두 당국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정 회장이 금융위원회 등 금융 당국 관료들과의 두터운 네트워크를 무기로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정 내정자는 여신금융협회장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3인 중 가장 오랜 기간 공직에 있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여신업계의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정 신임 회장 선임을 계기로 그 동안 지연돼 왔던 규제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정부의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로 촉발된 업계의 고충을 수습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금융위원회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와 근본적인 업계 문제 해결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지난해 금융위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심사 시기가 도래함에 따라 가맹점 카드 수수료를 추가로 인하했다. 당시 금융위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정 결과 지난 2018년 이후 카드사의 추가적인 수수료 부담경감 가능 금액을 약 6900억원으로 산출하고, 4700억원의 추가 인하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지속적인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 적격비용 기반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금도 백화점 등 대형가맹점을 제외한 92% 가맹점에서는 카드 결제를 하면 할수록 카드사 적자는 늘어나는 구조다.
이에 금융위는 카드사들의 입장을 공감하고 카드수수료 산정 체계 개선을 위해 가맹점단체, 소비자단체, 카드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를 구성했다. TF는 카드사와 가맹점들이 카드수수료 책정 이슈가 불거질 때 마다 갈등을 반복하고 있어 마련됐다.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따라 카드사들은 3년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는 7월 중순 이후 중단됐다. 오는 10월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계획됐지만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지 않다. 오는 11월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판매 규제 등 수익성 악화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어렵게 시작된 핵심 수익원 관련 논의가 흐지부지될까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IT 기업, 이른바 빅테크 기업과의 공정한 경쟁도 업계의 요구 사항이다. 업계에서는 적격비용 심사 제도가 마련된 이후 12차례 수수료율을 인하했지만 빅테크는 규제가 없는 상황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보험대리점업 허용 등 겸영·부수업무 확대에 대한 당국 규제 완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부수업무는 금융감독원이 규정한 '여신전문금융업에 부수하는 업무'로 한정됐는데 금감원의 허가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이에 업계는 새로운 수익원을 더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카드사의 데이터 활용 규제 개선 ▲카드사의 플랫폼 비즈니스 활성화 등 두 가지 과제를 당국에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불안한 금융시장과 업계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 회장의 선임은 희망적"이라며 "정 회장이 여신업계의 주요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당국과 소통을 원활하게 펼치고 업계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