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이드패스 독자 개발해 적용한 TDF 출시 알려
ETF 이어 판 커진 TDF서도 경쟁력 강화 나서
미래에셋·삼성운용 순인 점유율 뒤집을 수 있을 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TDF(Target Date Fund·타깃데이트펀드) 시장이 자산운용업계 미래 먹거리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자체 개발한 TDF를 내놓아 주목된다. 한국인에게 특화된 생애주기별 자산 배분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다른 자산운용사들 역시 TDF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 여부가 성과를 가를 것으로 평가된다. 

◇ TDF에 힘주는 한투운용···글라이드패스도 자체 개발  

6일 서울 용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6일 서울 용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6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를 출시한다. 이 펀드는 투자자가 은퇴 시점을 설정하면 생애주기별 자산 배분 프로그램(글라이드패스·Glide path)에 맞춰 자동으로 주식과 채권 등 ETF(상장지수펀드) 자산 비중을 조정해주는 TDF 상품이다.

이 펀드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자체 개발한 글라이드패스를 적용했다는 점에 있다. 글라이드패스는 TDF의 핵심으로 꼽히는데 국내 다수 자산운용사들은 해외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에 위탁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역시 글로벌 연금 운용사인 티로프라이스(T. Rowe Price)의 글라이드패스를 통해 기존 TDF를 운용하고 있다.

글라이드패스를 위탁운용하게 되면 증명된 과거 성과를 통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만큼 비용이 들게 되고 한국인의 생애주기에 맞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에 한국인에게 맞춘 글라이드패스를 자체 개발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이번에 개발한 글라이드패스는 소득과 기대수명 등 다양한 인구통계를 분석해 적용했다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 직업별 통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성을 뒀다. 이를 바탕으로 과거 시장과 40년 이상의 경제지표를 분석해 도출한 자체 자산배분 솔루션 ‘장기자본시장가정’(LTCMA∙Long Term Capital Market Assumption)을 적용해 TDF를 완성한 것이다.

임효진 한국투자신탁운용 멀티에셋운용부 매니저는 “사람의 소득 능력은 유한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인적 자본이 줄어든다. 이를 금융자산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리스크까지 고려해 정밀하게 글라이드패스를 제작했다”며 “사회 구조의 변화와 의사, 변호사 등 특수한 직군의 특성을 반영해 글라이드패스를 맞춤화(Personalization) 할 수 있도록 만든 것 또한 특징”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이번 TDF는 배재규 대표가 올해 2월 취임한 이후 처음 내놓는 새로운 유형의 TDF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기존 TDF에서 생애주기만 늘린 상품의 출시는 있었지만 새로운 콘셉트의 TDF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배 대표는 그동안 ETF, OCIO(외부위탁운용)와 함께 TDF를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강조해왔다. 이번 TDF는 이 같은 의지가 담긴 상품으로 평가된다. 

◇ 너도나도 TDF 시장 공략, 파이 싸움 더욱 치열해질 전망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새로운 TDF를 내놓으면서 향후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TDF 전체 설정액은 8조2855억원 수준이다. 설정액 기준 TDF 시장 점유율은 미래에셋자산운용(42%)과 삼성자산운용(20%)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TDF 점유율은 11%대 수준으로 KB자산운용에 앞선 3위권에 위치해 있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특히 글라이드패스를 자체 개발한 운용사로 자리하면서 경쟁에 더욱 불을 붙이게 됐다. 현재 TDF를 출시한 18곳의 자산운용사 중에서 자체 개발한 글라이드패스를 적용한 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메리츠자산운용, 대신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KB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 6곳이다. 여기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가세하면서 차별화가 가능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TDF 시장 싸움은 이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보수 인하 경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KB자산운용은 지난 1월과 7월 ‘KB온국민 TDF’ 운용 보수를 연이어 낮췄고 한화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도 각각 ‘한화 LIFEPLUS TDF’와 ‘삼성한국형TDF’의 운용보수를 내렸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역시 지난 9월 ‘한국투자TDF알아서펀드’의 연 운용 보수를 약 15% 인하한 바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초고령화사회로 곧 진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노후자산관리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디폴트옵션(사전지정 운영제도) 도입으로 자산운용업계에 기회의 문이 더 넓어졌다”며 “TDF는 노후자산관리에 있어 핵심적인 상품이라는 점에서 운용사 파이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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