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파이낸스 베트남, 상반기 순손실만 98억원 육박
진입장벽 높은 베트남 시장에 업계 최초 진출···초기 비용 상당수 투입
"3분기 흑자 전환 시 매각 과정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롯데카드가 올해 카드업계의 전반적인 해외 실적 개선세에도 불구하고 홀로 순손실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시장 안착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장의 손실 확대만 보고 실패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는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롯데카드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3분기에는 적자 폭을 줄이거나 흑자 전환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현지법인 롯데 파이낸스 베트남은 올해 상반기 97억7900만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54억7800만원) 순손실에서 적자 폭이 더 커졌다.
롯데카드는 베트남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해 지난 2009년부터 대표 사무소를 통해 사업 기반을 닦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2018년 우량한 재무구조를 지닌 현지 소비자금융 회사 '테크콤 파이낸스(Techcom Finance)'의 지분 100%를 확보하며 국내 카드사 중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약 9개월간의 영업 준비를 마치고 베트남 현지법인 '롯데 파이낸스 베트남'을 본격적으로 출범시키며 소비자금융 영업을 시작했다. 롯데카드가 인수했던 테크콤 파이낸스는 신용카드, 할부금융, 소비자대출 등 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한 소비자금융 회사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금융시장 특성상 신규 인허가가 제한적이다 보니 진입 자체가 어렵다"며 "그러다보니 라이선스(등록 허가)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 현지 기업을 인수·합병(M&A)해 라이선스를 승계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인수 과정 자체가 기존에 영업을 영위하던 회사를 인수해 단순 운영비만 들이는 식의 형태와는 명확히 다르다는 설명이다. 라이선스를 보유한 재무 건전성이 좋은 회사를 인수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형태로 롯데카드는 시스템 투자부터 영업점 확충 등 모든 부분을 구축했다.
무엇보다 초기 비용이 상당수 투입됐다는 것이 롯데카드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롯데카드는 롯데 파이낸스 베트남에 272억원의 증자를 승인하고 올해 1월에는 발행주식을 취득했다. 이는 모두 향후 영업자산 확대에 따른 운영 자금 및 신규사업 진출 등에 활용된다.
물론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고 하지만 최근 들어서 적자 폭이 이전 대비 2배 가까이 확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베트남 시장에서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산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다"며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올해 3분기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 파이낸스 베트남은 소비자금융 사업을 포함해 현재 신용대출, 할부금융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에는 '롯데 파이낸스 비자(LOTTE FINANCE VISA)' 카드, '롯데 파이낸스 비자 플래티넘(LOTTE FINANCE VISA Platinum)' 카드 2종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신용카드 영업을 개시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와의 제휴카드 및 법인카드도 선보였다. 2020년 10월에는 캐시카드도 라인업으로 추가해 판매 중이다. 지난해에는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인 '페이레이터(Pay Later)'를 선보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롯데 파이낸스 베트남이 현재까지는 적자 상태이지만 3분기부터 흑자 전환이 된다면 오히려 매각 과정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의 경우 국내 카드 시장 내에서의 입지와 실적 외에도 베트남 법인이 최대 강점으로 평가된다"며 "베트남 법인은 향후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아진 만큼 몸값을 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해외법인을 운영 중인 신한·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해외법인 당기순이익은 총 147억4832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2억4473만원) 대비 60배 가량 급증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KB국민카드, 신한카드, 우리카드가 해외 사업에서 흑자를 보였다. KB국민카드는 올해 상반기 해외법인에서 총 120억91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15억원) 대비 8배 가량 증가한 순익을 거뒀다. 카드사 중 가장 높은 해외법인 실적이다.
신한카드 해외법인은 상반기 총 113억3000만원의 순익을 올리며 전년 동기(30억8000만원) 대비 267.8% 성장했다. 신한카드는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미얀마, 베트남 등 4개국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우리카드의 미얀마 현지법인 '투투 파이낸스 미얀마'는 올해 상반기 11억1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