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비지수, 2년 만에 상승세 멈춰
철근·레미콘·알류미늄 가격도 하락 전환
자재 상승분 선반영 현장 매출 본격화
“3분기부터 내년까지 완만한 우하향”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건설업계에서 상반기 영업이익을 부진하게 만든 주택 원가율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가 하락에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2년여 만에 멈추는 등 관련 지표들이 안정화 조짐을 보이면서다. 아울러 현재 물가를 반영해 공사비를 산정한 신규 착공 현장 등의 매출이 본격화되는 3분기부터 원가율이 완만한 우하향을 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자재비와 인건비 등을 반영한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달 147.39를 기록하며 전월(147.66) 대비 0.18% 하락했다. 아직 전년(136.83) 대비 9% 높은 수치이지만 상승세가 꺾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7월 117.95 이후로 단 한 번의 하락 없이 꾸준히 올랐다. 특히 2021년 5월 10.8% 증가한 이후 2022년 4월까지 12개월 연속 10% 이상 높은 상승률을 지속했다. 지난 7월엔 147.66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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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공사비지수가 주춤한 건 유가 안정화의 영향이 컸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한때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들어 80달러 중반까지 떨어졌다. 국내 휘발유 단가도 16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공사에서 유류의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유가 하락이 건설공사비의 원가 안정화에 영향을 미쳤다”며 “유가 안정세에 힘입어 9월에도 지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거듭 상승해온 철근과 레미콘 가격도 하락 전환했다. 일반철근의 생산자물가지수(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의 변동을 종합한 지정하기 위해 작성된 자료)는 올해 1월 188.89에서 가파르게 올라 7월 207.84로 최고점을 찍었지만 8월에는 203.82를 기록했다. 레미콘 역시 전월(122.38) 대비 0.04 낮아진 122.34를 기록하며 상승세가 멈췄다. 판유리, 합판, 알루미늄 등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각종 지표의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건설업계는 원가율 조정에 기대감이 큰 분위기다. 앞서 건설사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올해 상반기까지 기착공 현장의 예정원가를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연간 매출액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 부문의 원가율이 회사에서 줄곧 달성해 온 경상 수준을 넘어섰고 영업이익 부진으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원가율은 89.0%로, 지난해 동비(86.9%) 대비 2.08% 포인트 악화했다. 원가율이 100%에 육박할수록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이 된다. 영업이익률은 6.28%에서 4.86%로 1.42% 포인트 낮아졌다.

증권업계에서도 자재값의 상승세가 멈춘 만큼 원가율이 원만한 우하향을 그릴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한 착공 현장의 매출이 본격화된다는 점도 원가율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건설사 영업이익을 부진하게 만든 주택 부문 원가율은 2분기를 고점으로 3분기부터 내년까지 완만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체 매출에서 현재 물가를 반영한 공사비를 산정한 신규 착공 현장과 도급 증액을 이뤄낸 기존 착공 현장의 비중이 확대되면 분기를 거듭할수록 원가율 우려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3분기의 경우 지난해 원가율을 상회하겠지만 2분기와 같은 원가율 쇼크는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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