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한 차례 이상 빅스텝 시 연내 대출금리 8% 돌파 가능성
변동금리 신규취급액 비중 83% 육박···단기금리 연동 메리트 부각 이유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 상환 능력 하락···당국,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금리 인하와 자산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2020년과 2021년 폭발적으로 늘어난 신용대출 중 변동금리형 가계대출 금리 상승이 본격화됐다. 변동금리 대출자의 경우 매달 갚아야 할 돈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이지만 여전히 시장에는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 대출 수요가 더 많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4.93~7.60%로 상단금리가 7% 중반을 훌쩍 넘었다.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최소 한 차례 이상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연내 대출금리가 8%대에 올라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 변동금리는 최소 6개월 단위로 금리 인상분을 반영하기 때문에 대출자에게 불리하다. 그럼에도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수요는 그대로다. 특히 금리 상승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변동금리 대출비중은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지난 7월 신규취급액, 잔액 기준 각각 82.3%, 78.4%로 집계됐다. 지난 5년간(2017~2021년) 평균인 66.2%, 68.5%를 상회했다. 단기금리에 연동되는 변동형 대출의 금리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변동금리 대출이 늘었단 분석이다. 장기금리가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에 따라 단기금리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고 고정형과 대출금리 격차가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차주들의 변동형 대출금리에 대한 선호가 증가했단 설명이다.
실제 올해 1~6월 장단기금리차 확대를 반영하면 가계대출 금리는 고정형이 0.95%포인트 상승했으나 변동형은 0.55%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비슷한 기간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차이는 지난해 12월 0.80%포인트에서 올 3월 0.98%포인트, 5월 1.29%포인트 등 지속해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로 은행들의 자금조달 구조를 꼽았다. 국내 은행의 경우 주택저당증권(MBS), 커버드본드 등 은행의 장기자금조달이 활발하지 않아 수신 만기구조가 짧기 때문에 이로 인한 변동금리 대출이 많단 것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금융기관이 자본시장을 통한 장기성 자금조달상품(MBS, 커버드본드 등)으로 안정적인 장기자금을 확보할 경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앞으로도 변동금리가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단 점이다. 이에 초저금리 시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대출로 투자)족의 고통이 더 커지고 소비 위축 현상도 뚜렷해질 것이란 우려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다중채무자와 취약계층이다. 빠른 국내외 통화 긴축으로 인해 대출금리가 계속 올라가면 이미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최대한 끌어 써 더 빌릴 곳도 없는 다중채무자와 같은 취약계층들의 상환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담보가치에 따라 금리가 결정이 돼야 하는데 이미 은행은 130%의 담보를 갖는데도 불구하고 현재는 다중채무자의 개인신용도를 감안해 금리를 높이기 때문에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취약차주와 청년층 과다 차입자의 연체율이 다른 차주보다 더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잠재위험 현실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신용자보다 중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일수록 부실위험이 더욱 큰만큼 부실은 가장 취약한 곳부터 발생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논란이 많은 일시적 빚 탕감 정책보다는 금융당국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권이 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