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사건서 ‘기자 발언 요지’라며 허위의 글 게재
法 “비방의 목적 증명 안 돼···부당 취재 의심할 이유 있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4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4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채널A 강요미수 사건 당사자인 이동재 전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최 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은 맞지만 피해자에 대한 비방 목적을 인정할 수 없고, 이 기자 스스로 명예훼손적 표현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김태균 부장판사는 4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최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취재 활동이) 다가올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결론짓고 피해자가 쓰지 않은 표현을 마치 피해자의 발언인 것처럼 게시 글을 작성했다”면서도 “기자가 검찰과 연결돼 위법한 취재 활동을 하고 있었는지를 검증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를 비방할만한 동기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보낸 편지와 관련 녹취록 등으로 피고인은 피해자가 검찰과 연결돼 부당한 취재를 했을 것이라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허위의 사실을 드러냈다고 해도, 이미 피해자 스스로 명예훼손적 표현을 당할 수 있게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망법상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하려면 비방의 목적이 인정돼야 하지만, 재판부는 최 의원에게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드러낸 사실은 사적인 사안이 아니라, 기자의 보도 윤리와 정당한 취재 활동, 언론과 검찰의 관계 등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내용”이라며 “대법원 판례상 드러낸 사실이 사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비방 목적은 부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부장판사는 ‘자신에 대한 기소가 고발 사주에 따른 것으로 공소 기각돼야 한다’는 최 의원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의원은 판결 직후 “법률을 전공한 사람 입장에선 충분히 예상했을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간 동안 많은 분들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한 점에 대해 사건을 만들어 내는 당사자들도 책임감을 느껴야 하지 않나 싶다”며 “불법적인 취재와 검찰·언론의 결탁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2020년 4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전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게시글에는 이 전 기자가 금융사기로 복역 중인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주었다고 해라.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다음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편 이 전 기자는 최 의원의 SNS 게시글이 허위사실이라며 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형사재판 결과는 민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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