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美 옐런 재무장관과 콘퍼런스콜
통화스와프도 언급···경제현안 인식 공유 및 협력의지 재확인
상설 통화스와프 맺은 영국·유로존·일본서도 달러 강세···위기 타개할 만병통치약 아니라는 지적도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지난주 장중 1400원을 돌파하면서 외환시장 안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긴축에 따른 강(强)달러 현상에 주요국 통화가 줄줄이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원화 약세가 더 가팔라져 ‘제동 장치’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다. 고환율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다소 미온적이던 한·미 통화스와프 논의가 다시 재개되고 있는 모습이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지난달 30일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갖고 글로벌 경제 동향과 외환시장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번 컨퍼런스콜은 미국 재무부의 요청으로 성사됐으며 추 부총리 취임 이후 한미 재무장관 간 공식 만남은 이번이 4번째다.
양 장관은 최근 경제현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금융 불안이 심해지면 양국이 협력해 유동성 공급 장치를 실행하기로 했다. 유동성 공급 장치에는 통화스와프도 포함돼 있다.
다만 한·미 통화스와프는 행정부가 아닌 중앙은행 간에 이뤄지는 조치다. 두 장관은 글로벌 유동성 축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경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데 뜻을 같이하며 한·미 협력을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긴축적인 글로벌 금융 여건이 우리 경제에 작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양국이 최근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외환시장 관련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2년 2분기 외환당국 순거래' 자료를 살펴보면 외환당국은 올 2분기 환율 안정을 위해 154억900만달러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외환당국이 분기별 외환시장 개입액을 공개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순거래액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그만큼 소진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환율 급등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만 원·달러 환율은 연고점을 11차례 경신했다. 지난달 22일에는 1400원을 돌파했고 일주일 만에 1440원도 뛰어넘었다.
통화스와프는 특정 기간 국가 간 통화를 서로 교환할 수 있도록 약속해두는 것으로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한국이 요청할 경우 언제든 약정한 만큼의 달러를 원화와 바꿔 들여올 수 있다. 환율수준을 미리 확정해놓기 때문에 환율이 치솟더라도 한국 측의 부담은 없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면 통화스와프는 체결 소식만으로도 환율이 빠르게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2008년 10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뒤 150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은 하루만에 177원이 떨어졌다.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자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고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했던 때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됐다. 1272.50원이었던 환율은 그 다음날 1232.00원을 기록하며 40원 가까이 하락했다. 불안과 혼란을 진정시키는 즉효약 역할을 한·미 통화스와프가 해온 셈이다.
하지만 과거 체결 당시 외환시장과 지금은 상황이 다른 만큼 한·미 통화스와프가 현재 위기를 타개할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은 영국과 유로존, 일본 등에서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에 통화스와프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한국의 통화 가치만 절하되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한미 통화스와프로 달러 강세를 막을 수 있다는 건 오해"라고 말했다.
특히 달러 부족이 아닌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교란,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겹쳐서 강달러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화스와프 위력이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침체 공포까지 덮친 상황 속에서 통화스와프 체결만으로 외환시장 안정에 강력한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추 부총리는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대외건전성에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럴 상황은 아니다"며 "우리는 현재 43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고 시장 안정을 위한 여러 조치를 준비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