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산업 성장하는데 기본법도 없어"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2차피해 방지 주력"
"반려동물 사회적 역할 증대, 지원책 모색"
"미래를 보고 대안 제시하는 의정활동 목표"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메타버스 산업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기본법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시급한 제도 도입과 함께 인력양성을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이 뒤섞여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세계를 의미한다. 코로나 사태로 사회가 비대면화하면서 더욱 주목받는 키워드이다. 게임을 넘어 가상의 시공간에서 경제, 사회, 문화 활동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서 향후 발전성은 더욱 기대되지만 제도는 따라오질 못하고 있다. 법적 개념 정리조차 제대로 돼 있질 않아 정부차원의 육성이나 규제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1일 시사저널e와 인터뷰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현재 기본법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며 "제도 정비와 육성이 시급한 분야라고 판단해 관련 법제 정비와 예산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의원은 "우수한 인력이 있어야 산업 경쟁력의 기반이 갖춰질 수 있다"며 "향후 당정 논의시 메타버스 전문 인력 양성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날로 늘어나는 디지털성범죄에 대해서는 "억울한 사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이 추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피해자 사진, 영상 삭제 등에 있어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법안도 마련했으며, 향후 메타버스 성범죄 예방을 위해선 일단 윤리 규범 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허 의원의 의정활동 키워드는 '미래'이다. 메타버스와 함께 앞으로 가속화할 저출산 고령화로 중요성이 커질 반려동물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반려동물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며 "1인가구와 핵가족 비중이 점점 높아지면서 외로움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는데 반려동물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생각보다 비용부담이 크다보니 감당이 안 돼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동물병원 의료비 표준화나 반려동물 보험 등에 관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 육성을 위한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1대 국회 전후반기 모두 과방위에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회에 들어왔을 때 발목잡기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다. 과방위는 국회 상임위 중 가장 미래지향적이며 다음 세대를 위해 묵묵히 소임을 다해야 하는 곳이다. 미래 기술 개발과 이를 뒷받침할 인재양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회에 들어와 보니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연구에 비해 10년 정도는 뒤처져 있었다. 규제들을 없애며 우리나라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싶다. 회사를 운영하며 우리나라가 얼마나 작은 기업들을 키워내기가 어려운지, 규제에 있어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깨기가 어려운 걸 경험해 봤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메타버스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정부 정책에 있어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가.
정부는 메타버스를 키우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일반인과 입법부가 바라보는 메타버스가 다르다. 지금 메타버스 관련 기본적인 법이 없다. 이제 막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시점인데 개념정리가 안 돼 있다. 메타버스가 무엇이냐를 생각할 때 머릿속 어렴풋한 감은 있지만 어디까지를 메타버스로 볼지 법률 용어로 규정하기는 애매해 정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이런 부분은 그대로 가면서 법안이나 규제가 필요한 부분은 당정이 논의해 진행될 것이다.
메타버스는 인력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우수한 인력이 있어야 산업 경쟁력의 기반이 갖춰질 수 있다. 지난 예산심의 때 메타버스 융합대학원 예산 증액을 강조한 것도 이런 취지이다. 향후에도 메타버스 전문 인력 양성이 원활하게 이뤄지는데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최근 메타버스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관련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준비한 법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년마다 메타버스 활성화 기본 계획을 수립하도록 해 메타버스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안정적인 기반을 조성하도록 하고, 기존 서비스에서 메타버스로 전환한 기업 중 우수 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메타버스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규정도 담았다.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을 마련했지만 관련 범죄는 줄지 않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추가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 피해자들에겐 범죄자가 법적 처벌을 받는 것에 더해 자신들의 사진, 동영상이 사라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사라지질 않아 2차 피해를 받는다. 국내 자료는 바로 조치가 되지만 해외 서버에 있는 사진과 동영상은 사라지질 않는다. 그래서 국내 조치가 있으나 마나인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N번방 대응 국제협력 강화법을 내놓았다.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은 텔레그램, 페이스북, 구글, 인스타그램 등 해외 플랫폼에 돌아다니는 불법 정보물을 삭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국제공조를 통해 삭제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이를 위한 예산을 확보해 방심위 관련 부서의 규모도 확대시켰다. 지금은 텔레그램을 제외하고는 삭제 비율이 90% 이상인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플랫폼 기술과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정부의 엄벌의지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여전히 있고,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은 부족하다보니 범죄 추세 자체는 꺾이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 역량을 재편해 범죄 억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처벌 강화뿐 아니라 예방 교육과 피해자 지원에 이르는 다각적인 대책이 이뤄지도록 종합적인 내용의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성범죄를 당한 피해자가 추가 피해를 봐선 안 된다. 그건 억울한 사회이다. 돈 들여 소송에서 이겨도 사회생활을 할 수도 없는 상처뿐인 승리는 실질적으로는 피해자가 진 것이다. 이런 부분을 찾아서 해결하는 게 중요한 역할이다.
-디지털 성범죄 상당수가 메타버스에서 발생하고 있다.
어떻게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 영화 '아바타' 같은 세상에서 어떤 폭력을 당할지 모른다. 윤리의식이 없다면 메타버스 속 내가 돈이 없어 아이템을 제대로 구비하지 못했을 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우리가 가정, 학교 등에서 도덕과 윤리를 배우며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해온 것처럼 메타버스 상에서도 윤리 규범을 정립하는게 중요하다. 일단 정부는 최근 메타버스 윤리원칙 초안을 발표했고, 연말까지 이 규범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디지털 성범죄를 비롯한 여러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이 메타버스 윤리 규범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
-반려동물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국회의원 당선 전부터 두 반려견 쫑이와 몽이를 키워왔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너무 많은 행복을 느껴 안 키웠으면 어쩔 뻔 했을지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다. 반려동물에 있어 배려,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비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버리거나 학대하는 부분을 많이 비판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처음엔 좋아서 길렀는데 돈이 부족해져 감당이 안 되다보니 버리는 경우가 많다. 버릴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그런 취지에서 의료비 표준화나 펫보험 관련 법안을 추진한 것이다.
반려인과 비반려인, 반려동물이 모두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점점 출생률이 떨어지면서 실버세대 뿐 아니라 젊은세대에게도 반려동물은 중요한 친구가 될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반려동물 관련 기본법들을 속히 만들어야 한다.
-반려동물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나.
반려동물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은 우리의 사회적 욕구를 만족시켜준다. 역사적으로도 인간과 반려동물은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받으며 문학과 예술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최근 반려동물이 새로운 가족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반려동물은 어느새 가족이자 이웃과 함께 사는 존재가 돼 우리를 위로해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인 가구와 핵가족이 주류가 됐다. 또 외로움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졌다. 이들의 해답과 선택은 반려동물이라고 생각한다.
-반려동물 관련 제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반려인구와 가구수가 증가함에 따라 동물 의료에 대한 수요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동물의료 분야의 육성과 발전 등을 총괄하는 정책이 미비해 관련 분야 발전이 더뎠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5년마다 동물 의료의 육성 및 발전 등에 관한 종합 계획을 수립하도록 해 동물의료 관련 제도 개선과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반려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물의 건강 증진을 통한 공중 보건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