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칼리스토 프로토콜 연이어 출시
펍지, ‘더 포텐셜’ 시스템 통해 신작 3종 개발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배틀그라운드’ 이외 흥행작을 배출하지 못했던 크래프톤이 ‘문브레이커’를 시작으로 새 지식재산권(IP)에 기반한 신작을 연달아 출시한다. 7개의 독립스튜디오를 통해 가벼운 게임부터 대규모 신작까지 선보이며 파이프라인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30일 크래프톤은 턴제 전략게임 ‘문브레이커’를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 앞서해보기(얼리 액세스)로 출시했다고 밝혔다. 문브레이커는 크래프톤의 독립 개발사 언노운 월즈가 개발한 게임으로 지난달 ‘게임스컴 2022’에서 처음 공개됐다. 50종 이상 유닛과 전함 지원 스킬을 조합해 부대를 편성하고, 상대방의 부대와 전투를 펼쳐 승리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언노운 월즈는 게임뿐만 아니라 비주얼에도 공들였다. 이용자들은 브러쉬와 스프레이 등 디지털 도색 도구로 미니어처의 날개, 몸통 등 각 부위를 도색할 수 있다. 자신만의 유닛을 만들어 디스코드, 인스타그램 등 SNS에 공유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또 장식들을 수집해 미니어처를 꾸미고 전투 효과도 추가할 수 있다.
언노운 월즈는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얼리 액서스로 선보였다고 밝혔다. 1~2년의 얼리 액서스를 거친 후 완성된 버전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임우열 크래프톤 퍼블리싱 그룹장은 “얼리 액세스를 시작으로 완성도 높은 게임을 제공하기 위해 언노운 월즈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독립 스튜디오 중심으로 파이프라인 다양화
크래프톤은 독립 스튜디오를 통해 본사가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스튜디오 중심의 개발을 지원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게임 다양화에 나섰다. 이를 위해 미국 개발사 언노운 월즈를 인수하고, 독립 스튜디오인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 스타 개발자 글랜 스코필드를 영입했다. 이미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고 개발력이 입증된 스튜디오를 인수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신작을 보여주겠단 것이다.
현재 크래프톤은 산하에 7개 독립 스튜디오를 갖추고 신작을 배출하는 환경을 마련했다. 개발은 스튜디오 중심으로 이뤄지며, 본사는 퍼블리셔의 역할에 집중한다. 이번에 출시된 문브레이커 역시 스튜디오에 개발권을 맡기고 크래프톤은 퍼블리싱만 담당한다.
이 외에 독립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신작으로는 ‘칼리스토 프로토콜’ 및 ‘눈물을 마시는 새’가 있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는 오는 12월 2일 호러액션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개발 마무리 단계로 오류 수정 단계다. 오는 11월 지스타에 참가해 국내 이용자들이 시연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한다. 증권업계는 팬덤을 거느린 ‘데드스페이스’의 계승작이란 점과 경쟁작 부재로 초기 판매량 300만장을 전망한다.
‘눈물을 마시는 새’ IP를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 윈드리스’도 연내 개발 코어팀을 꾸리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어벤저스 시각화를 맡았던 이안 맥케이그과 계약을 맺고 내년 상반기 그래픽 노블도 출시한다. 지난달 비주얼 아트워크에 이어 이달 비주얼 컨셉 트레일러를 공개하는 등 미디어로 확장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 테라 종료 후 배틀그라운드 넘어설 흥행작 나와야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를 잇는 차기작이 절실하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외 히트작 부재로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란 꼬리표가 붙었다. 주력 게임의 매출에 따라 회사의 실적이 좌우되기 때문에 ‘원 게임 리스크’로 이어진다. 지난 7월 크래프톤의 첫 MMORPG인 ‘테라’의 서비스 종료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지난 2분기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매출 하락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영업이익은 1623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38%로 직전 분기(60%)와 비교해 급감했다. 증권업계는 크래프톤의 3분기 매출액 및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각각 15%, 19%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를 잇는 대형 신작과 동시에 체급이 낮은 작품도 다수 출시할 계획이다. 크래프톤은 연초 새 제작 프로그램 ‘더 포텐셜(The Potential)’을 도입했다. 더 포텐셜은 20명 이내 소규모 팀이 1년 내 유저 테스트까지 가능한 수준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대규모 프로젝트와 빠르게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넥슨의 ‘빅앤리틀’과 유사한 전략이다.
더 포텐셜을 바탕으로 한 신작은 펍지 스튜디오가 선보일 계획이다. 배틀그라운드를 잇는 신작으로는 슈팅 장르인 ‘비링엄’ ‘블랙버짓’ ‘롬’ 등이 있다. 블랙버짓은 2024년 출시 예정으로 펍지의 특색 있는 건플레이를 계승한 게임이다. 프로젝트 롬은 슈팅장르에 아이템 수집을 가미한 루터 슈터 장르로 오픈월드 내에서 생존과 경쟁 플레이가 특징이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틀그라운드와 칼리스토 프로토콜만 주목했지만, 크래프톤에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개발자보다 몇 배 이상의 개발자들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성장전략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