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없어 비이자이익 감소 규모 작을 전망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서울 사옥 전경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올해 3분기 영업도 마무리되면서 주요 금융지주의 실적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상반기 하나금융지주를 꺾고 당기순이익 3위로 오른 우리금융지주가 3분기에도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주식시장이 크게 부진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불안정한 금융시장 상황에선 우리금융이 하나금융 보다 타격을 덜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하나·우리)는 다음 달 말에 3분기 실적발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금융지주는 지난 상반기까지 이자이익 덕분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4대 금융지주의 올 상반기 당기순익(지배지분 기준)은 총 8조96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 크게 늘었다.

하지만 3분기엔 실적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크게 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의 조달비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기준금리 상승으로 크게 올랐다. 그 결과 예·적금 잔액은 불어났지만 금리가 0%에 가까운 저원가성 예금은 반대로 급감했다. 더불어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은행은 대출금리 상승을 억제했다. 이에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순이자마진·NIM)은 시중금리가 오른 것 대비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이 또 다시 '깜짝 성적'을 거둘지 관심이 쏠린다. 올 상반기 우리금융(1조7610억원)이 하나금융(1조7274억원)을 약 300억원 차이로 꺾고 실적 3위에 오른 바 있다. 우리금융은 작년 대비 당기순익이 24% 급증했지만 하나금융은 1.4% 감소했다.

일각에선 3분기에도 우리금융이 3위 자리를 수성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달까지 이어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우리금융보다 하나금융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실적을 판가름 낸 것은 비이자이익이었다. 하나금융의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686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3% 급감했다. 반면, 우리금융은 7830억원으로 8.6% 늘었다. 비이자이익에서만 1000억원의 격차가 난 셈이다. 

하나금융의 비이자이익이 크게 감소한 이유는 우선 매매·평가이익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었다. 은행, 증권 계열사가 소유한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자산이 주식시장 침체와 시중금리 급등으로 가치가 크게 줄었다. 특히 환율이 급등한 결과 하나은행의 외화환산손실이 급증한 것이 컸다. 상반기 1161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로 외화 부채가 크게 늘어난 탓에 환율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 규모가 다른 금융지주보다 크다. 환율이 오르면 손실을 보고 내리면 이익을 거두는 구조다. 하나금융은 지난해부터 손실 규모를 줄이기 위해 환헤지 작업을 꾸준히 진행했지만 올해 환율이 워낙 크게 올라 손실 액수가 컸다. 

더구나 우리금융은 증권 계열사가 없는 점도 증시 부진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대형 증권사를 소유한 하나금융은 증시가 고꾸라지면서 수수료이익이 2.5% 감소했다. 지난해 급증했던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수수료수익이 올 상반기엔 작년 동기 대비 44% 급감한 결과다. 반면 우리금융의 경우 수수료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8.6% 늘었다. 

하나금융에 불리한 요건은 이번 3분기에 더 심화됐다. 환율은 이달 들어 치솟으면서 한 때 2008년 금융위기 처음 144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에 은행권에선 하나금융은 추가로 1000억원이 넘는 외화환산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증시 부진도 더 깊어졌다. 지난 6월 말 2300대를 유지하던 코스피는 이날 2140대까지 내려가면서 연저점을 경신했다. 증권 계열사의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더 많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경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금융의 경우 최근 문제가 되는 증권을 필두로 한 비은행 계열사 실적 악화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라며 “실제 우리금융의 올해 예상 당기순이익은 3조1000억원 수준으로 주요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이익 개선 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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