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시 이후 20년 흘러···624개 종목, 76조 시장으로 성장해
거래대금 일부 종목에 몰려···연간 거래량 2000주 아래인 종목도 있어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지난 20년 동안 화려하게 성장한 가운데 시장 활성화에도 웃지 못하는 ETF도 대거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면서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미미한 종목들이 발생하고 있는 데다 일부 ETF의 경우 신탁원본액 감소에 상장폐지된 사례도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수는 총 624개, 순자산총액은 76조5000억원 수준이다. 2002년 10월 4개 종목, 3552억원의 순자산총액으로 ETF 시장이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년 만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ETF 시장은 주식형 액티브 ETF의 활성화와 개인 투자자들의 다양한 투자 수요에 맞물리면서 올 들어서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올 들어 신규 상장한 ETF만 93곳으로 역대 최대인 지난해 90개를 넘어섰다. 이는 또 자산운용업계의 움직임에서도 관찰되는데, 새롭게 ETF 시장에 뛰어드는 운용사가 있는 한편 브랜드명을 바꾸면서 ETF 재정비에 나선 운용사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같은 화려한 시장 성장세에 소외되는 사례도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 3분기 62거래일 동안 누적 거래대금이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ETF만 25곳에 이른다. 같은 기간 누적 거래대금 상위 10곳의 평균 거래대금이 13조80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극과 극의 모습이다. 단순 거래량만 놓고 봤을 때 누적 거래량이 1만주에도 미치지 않는 종목만 27개다.
누적 거래대금이 가장 작았던 종목은 DB자산운용의 ‘마이티 200커버드콜ATM레버리지’였다. 이 ETF는 2018년 3월에 상장된 상품으로 하락장·횡보장에서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최근 커버드콜 합성 상품이 월배당 상품으로 변신하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 상품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누적 거래량이 가장 적었던 종목은 유리자산운용의 ‘TREX 펀더멘탈 200’이었다. 이 ETF는 3분기 동안 거래량이 191주에 불과했다. 올해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거래량은 1761주로 전 ETF 종목 중에서 거래량이 가장 적었다. 이 ETF는 2011년 상장된 ETF로 대형주 및 중형 가치주에 투자하는 것과 유사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도록 기획된 상품이다.
상장폐지된 ETF들도 존재한다. 올 들어 상장폐지된 ETF는 KB자산운용의 ‘KBSTAR 코스피ex200 ETF’, 교보악사자산운용의 ‘파워 중기국고채 ETF’, 신한자산운용의 ‘SOL 선진국MSCI World(합성 H) ETF’,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ETF’ 등 4종목이다. 이들 대부분은 ETF 상장을 위한 최소 규모를 의미하는 신탁원본액이 50억원을 밑돌면서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ETF 종목 간 부익부빈익빈의 모습은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ETF는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휴지조각이 되지는 않지만 상장폐지 위험이 있거나 거래량이 소량인 종목의 경우 투자를 피하는 것이 권해진다. 이 경우 해당 ETF는 더욱 소외될 수 있다”며 “시장이 확대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발생하는 당연한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