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 사원에서 리서치센터 거처 유안타증권 사장까지
나재철·전병조 등과 경쟁하는 유력한 차기 금투협회장 후보
“규율준수 가능한 금융투자업계가 가상자산중개업 포괄해야” 강조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사진=이승용 기자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사진=이승용 기자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5대 금융투자협회장인 나재철 회장의 임기가 오는 12월 끝나는 가운데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차기 회장 후보군들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과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은 직간접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반면 출마시 가장 강력한 후보로 평가받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은 이번 선거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직인 나재철 회장은 연임 도전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어 향후 선거구도에 최대 변수로 꼽힌다.

시사저널e는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출마 의사를 밝힌 서명석 전 사장을 만나 출마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서 들어봤다.

서 전 사장은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사원으로 시작해 프라이빗뱅커(PB)와 애널리스트, 리서치센터, 경영본부장 등을 두루 거치고 유안타증권 대표이사 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난 2020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현재 유안타증권 선임고문을 맡고 있다.

서 전 사장은 금융투자협회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3대 회장인 황영기 회장 시절 자율규제위원회 위원으로 2년간 활동했고 제4대 회장인 권용원 회장 시절에는 이사회 멤버로서 회원이사와 자율규제 자문위원 역할을 맡았다.

다음은 서명석 전 사장과 일문일답이다.

- 금융투자협회장에 출마하려는 목적과 취지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가

2020년에 유안타사장에서 물러나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사원에서 시작해 사장까지 했다. 이후에는 보다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전 권용원 금투협회장이 잘못되면서 차기 회장에 출마할 생각이었는데 유안타증권에서 있어 달라고 해서 당시 출마하지 못했다.

나는 자본주의 핵심은 자본시장이고 자본시장이 제대로 굴러가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운영된다고 생각한다. 자본시장에서 자금이 원활하게 조달되어야 기업과 경제가 성장하고 선순환이 일어난다. 최근 자본시장에 대해서 건전하지 못한 일만 벌어지는 곳이라고 치부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내가 쌓아온 경험을 가지고 자본시장을 활성화시켜서 경제 및 나라에 도움이 되는 그런 주체를 만들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금융투자협회장에 출마하려고 한다.

- 나재철 회장의 지난 3년에 대해서 평가한다면

나 회장과 나는 오랜 친구 관계다. 나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고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본인이 연임하려면 추대를 통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의견일치가 있을 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금융투자협회는 친목 단체가 아니다.

- 금융투자협회장은 연임한 전례가 없다. 나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고 보는가

최근 상황을 보면 연임 쪽으로 기울지 않았나 한다. 정말 연임할 생각이 있다면 일찍 밝히고 다른 후보들과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최대한 마지막까지 끈 다음 연임 의사를 밝히고 도전한다면 그것은 현직 프리미엄을 최대한 누리겠다는 뜻으로 곡해될 수밖에 없다. 나로서는 금융투자협회 내부에서 이상한 말이 나올까봐 직원들에게 자료요청도 하지 못하고 있다.

- 금융투자협회장이 된다면 어떤 비전을 내세울 수 있을까

금융투자협회장이 된다면 상장사들과 감독기관의 역할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생각이다. 지난 3년 동안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대해 폭넓은 연구를 해왔다. 준비된 후보라고 생각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 2009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을 처음 만들 때 최초 정신은 ‘글로벌 수준에 맞는 글로벌 금융선진국 및 금융회사를 육성하겠다’였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해 나가야했지만 현재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대체거래소를 설립하면서 가상자산을 취급해야 하느냐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도 한국거래소처럼 단일 독점으로 이뤄진 거래소는 없다. 대체거래소 설립을 통해서 효율성이 제고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상자산은 금융투자상품이냐 아니냐를 먼저 봐야 한다. 자본시장법에 맞는 금융투자상품 성격이 존재한다고 하면 현재 가상자산거래소보다는 훨씬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금융투자회사들이 다뤄야지 규율 및 관리 면에서 낫다. 장기적으로는 가상자산업도 금융투자업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업비트같은 가상자산거래소를 이용하고 있는데 정말 편리하다. 그런데 이는 거래소라기보다는 시스템에 가깝다.

증권사 고객들이 증권사에 수수료를 내는 것은 증권사가 제공하는 리서치 등 공신력 있는 자료들에 대한 대가적 측면이 있다. 매매와 관련된 포괄적 서비스 요금인 셈이다. 하지만 가상자산거래소는 공적인 책임을 다할 수 없는 구조다. 나쁘게 이야기하자면 도박하우스와 다를 바 없다.

기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마인드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증권사 직원들은 고객을 우선하는 인테그리티(Integrity)가 있다. 고객들이 돈을 잃으면 직원들도 가슴이 아프고 성과급 잔치는 꿈도 못 꾼다. 하지만 가상자산거래소는 고객들의 자산 손실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

우리나라 증권사들의 IT기술은 세계 최고다. 앞으로 국내 증권사들도 가상자산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본다. 아직 다른 나라에서 허용하지 않더라도 먼저 치고 나갈 필요성도 있다.

-최근 공매도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 역시 공매도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공매도 그 자체로는 가격발견이라는 나름의 순기능이 있다. 공매도의 올바른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편이다.

하지만 무차입공매도 같은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처벌이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최근 같은 증시 불안심리가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일단 안정시키기 위해서 일시적 공매도 금지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서 전 사장의 출신 고등학교(충암고)를 이유로 정권을 등에 업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나도 할 말이 많고 스트레스가 많다. 나로서는 마타도어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금융투자협회장은 투표로 선출된다. 자본시장에서는 증권사 사장이나 자산운용사 사장에게 그런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나 역시 그런 말을 하면 미친놈 취급을 받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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