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수주전 사상 첫 고급 브랜드 경쟁
대우건설 ‘한남써밋’, 한강 스카이라인 담아
롯데건설 ‘르엘 팔라티노’, 최고급 호텔식 주거공간
양사 글로벌 설계사 총출동···앞다퉈 역대급 조건 제안
과열 양상 우려도···11월 5일 시공사 선정 총회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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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올해 하반기 서울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2구역에서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수주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두 건설사 모두 글로벌 설계사와의 협업과 파격적인 사업 조건을 내세워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우건설의 ‘써밋’과 롯데건설의 ‘르엘’이 맞붙은 재개발 사상 첫 하이엔드 브랜드 경쟁의 승자가 누가 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수주전은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2파전이 펼쳐지고 있다. 롯데건설이 지난 19일 일찌감치 입찰 보증금 800억원(현금400억원∙이행보증금 400억원)을 내며 강한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대우건설도 입찰 마감일 입찰 보증금을 납부하며 두 건설사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조합은 오는 11월 5일에 조합원 총회를 통해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한남뉴타운에서 시공사 선정에 나선 건 한남3구역에 이어 두 번째다.

한남2구역 재개발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11만5005㎡ 규모의 부지에 지하 6층∼지상 14층, 30개 동, 1537가구(임대 238가구 포함)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3.3㎡당 공사비는 770만원, 총공사비는 약 7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분양 비율(45%)이 높고 평균 대지지분(55.44㎡)이 많아 한남3구역(각각 27%, 48.84㎡)보다 사업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서울 강북 한강변에서도 중심부인 용산구에 자리한 데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과 붙어있는 역세권 단지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요인이다. 앞서 현장설명회엔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도 모습을 드러냈지만 출혈 경쟁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두 건설사의 대결로 압축됐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오랜 기간 한남2구역에 공을 들여왔다. 두 건설사는 지난해 일찌감치 사업지 내 사무실을 차리고 홍보활동을 펼치며 강한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두 건설사 모두 한남동 일대에서 국내 최고가 아파트 단지를 시공한 경험을 살려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우건설은 ‘한남더힐’, 롯데건설은 ‘나인원한남’을 지었다. 두 아파트는 국내 최고 부촌으로 꼽히는 곳으로 시세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웃돈다.

두 건설사는 하이엔드 브랜드와 최고급 디자인으로 조합원 눈길 사로잡기에 나섰다. 대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을 적용해 ‘한남써밋’이라는 단지명을 제시하고,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함께 협업해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외관설계는 해외설계사인 ‘JERDE’가 맡았다. JERDE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호텔과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등 세계 각지의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명성을 쌓은 글로벌 건축디자인 그룹이다. 조경에는 크리스 리드 하버드대 조경학과 교수가 이끄는 세계적 조경설계 그룹인 ‘STOSS’가 참여했다.

롯데건설도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 설계를 제안했다. 단지명은 ‘르엘 팔라티노’다. 최고급 호텔 수준의 설계와 주거 공간을 선보이겠다는 의미에서 ‘베터 댄(BETTER THAN) 호텔’이란 슬로건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외관 설계는 힐튼∙메리어트∙포시즌 등 세계적인 호텔을 설계한 글로벌 설계 그룹 ‘HBA’와 한국 미디어아트의 거장 ‘이이남 작가’가 협업한다. 시그니엘 서울 레지던스를 비롯해 타워팰리스, 웨스틴조선 등의 인테리어를 설계한 ‘최시영 건축가’가 인테리어를 담당한다. 조경 설계는 디즈니월드 조경 설계에 참여한 미국 최고 조경설계사인 ‘swa’가 맡는다.

사업 조건들도 파격적이다. 대우건설은 조합의 사업경비, 이주비, 공사비, 임차 보증금 등 조합이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전액 책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조합원 이주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150% ▲최저 이주비 세대당 10억원 보장 ▲이주비 상환 1년 유예 등도 공약했다. 세계적인 호텔을 호텔급 조식 서비스과 아이 돌봄 서비스 등도 제안했다.

대우건설이 역대급 조건을 내건 배경엔 앞서 롯데건설이 내건 조건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건설은 최저 이주비 7억원에 더해 노후주택 유지보수비 명목으로 7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제시했다. 조합원 부담금 납부 시점도 입주 4년 후에 지급하도록 했고, 입주 시까지 금융비용은 롯데건설이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두 회사 모두 한남2구역을 하이엔드 주거 시장 교두보를 삼으려는 만큼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수주전 과열로 시공사 선정 과정이 혼탁해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건설사가 역대급 조건을 내세우는 등 한남뉴타운에서 깃발을 꽂기 위해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며 “과열 양상을 띌 경우 위법이 의심되는 제안들이 나오거나 금품·향응 제공 등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칫 한남3구역처럼 입찰 무효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조합의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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