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소장변경신청 기각하면서도 614억원보다 많은 647억원 추징 명령
법조계 “검찰이 추가 확인한 횡령 및 범죄수익 고려한 듯”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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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우리은행에서 회삿돈 614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전아무개씨와 그의 동생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검찰의 공소장변경신청은 기각하면서도 범죄사실보다 큰 금액의 추징을 명령했는데, 사실상 대부분 범죄수익을 환수하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용래)는 3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전씨로부터 횡령 금액을 받아 계좌에 이체하는 등 범행을 도운 동생에겐 징역 10년이, 전씨로부터 횡령 자금을 받아 선물옵션 등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 A씨에게는 징역 1년이 선고됐다. 법원은 또 전씨 형제에게 각각 323억7000만원을, A씨에게 10억3000여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전씨 형제에게 적용된 횡령, 재산국외도피,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거액을 횡령해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수익을 은닉하는 등 정황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으로 기업 시스템 자체를 위협하게 됐다”며 “엄중한 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보강 수사 등을 통해 추가로 93억2000만원 상당의 횡령이 확인됐다며 횡령액을 614억원을 707억원으로 늘려 공소장변경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은 포괄일죄로 보기 어렵고 변론재개 신청은 신청서에 기재한 공소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씨 주변인에게 흘러간 189억원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신청을 받을 의무가 없다”며 기각했다. 몰수나 추징할 재산에 대해 제3자에게 고지하는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선고가 된다면 제3자에 대한 몰수·추징이 어렵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부패재산몰수법) 제9조는 ‘몰수 및 추징에 관해서 마약류 불법거래방지에 관한 특례법(마약거래방지법) 규정을 준용’하도록 했다. 또 마약거래방지법 제23조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는 이 법에 따라 피고인 외의 자의 재산 등에 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즉시 그 재산을 가진 자 등에게 서면으로 몰수할 재산 등을 고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검찰은 추가로 확인된 횡령액과 관련해 전씨 등을 추가로 기소하든지, 항소심에서 재차 공소장변경을 신청하는 절차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전씨 형제에게 각각 323억원의 ‘징벌적 추징’을 명령했는데 이는 기소된 범죄액수보다 큰 금액으로 검찰이 추가로 확인한 횡령액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본부에 근무하던 전씨는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은행 계좌에 있던 614억여원을 3차례에 걸쳐 인출해 이를 주가지수옵션 거래 등에 사용한 혐의로 지난 5월 기소됐다. 전씨 등은 해외직접투자 및 외화예금거래 신고를 하지 않은 채 해외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50억여원을 송금한 혐의도 받았다. 그는 2015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회삿돈을 인출할 근거를 만들기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의 명의 문서를 위조해 사용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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