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4대 시중은행 외화대출 평균잔액 83.5조원
환율 급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업 외화수요 늘어
환율 상승시 원화로 환산한 외화대출 원금·이자 늘어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환율이 하루가 멀다 하고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의 외화대출 규모가 80조원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늘어난 외화대출과 고환율 기조가 맞물리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외화대출 평균잔액은 83조53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68조7406억원) 대비 21.5% 증가한 규모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의 평균잔액이 24조5203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KB국민은행은 21조8288억원으로 지난해 말 161049억원에서 반년 만에 35.5%로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뒤이어 신한은행(19조1227억원), 우리은행(18조596억원) 순이었다.
시중은행의 외화대출 평균잔액이 이처럼 증가한 배경에는 기업들의 외화 수요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 상승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해외에서 거래하는 기업들의 달러 수요가 늘면서 외화대출 평균잔액이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연말까지 고환율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원 내린 1438.9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보다 환율이 하락했으나 여전히 1430원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로 환산하는 외화대출의 원금 및 이자가 증가하면서 기업들의 상환 부담이 가중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들은 영업비용 부담이 커져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외화대출 급증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외화대출 규모가 커지면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은행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BIS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액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이며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이 늘면 BIS비율은 하락하게 된다. 외화대출은 원화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실 가능성이 높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강달러 추세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외화자금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화대출이 늘어나게 되면 은행 입장에서는 그만큼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 상승으로 원화로 환산한 외화대출의 이자 비용과 원금 상환액이 늘어나면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커진다”며 “환율 상승으로 인해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들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 은행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화대출이 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늘어난 만큼 환율 상승이 당장 은행의 건전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화대출 증가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달러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며 “대기업의 경우 중소기업보다 우량한 신용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대출을 감당하지 못해 부실로 이어질 확률은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