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HLB그룹에 인수···상반기 영업익 적자, 원인은 생동 투자와 원부자재 단가 상승
CSO 영업 활성화와 원가구조 개선 추진···비만 치료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잇달아 두 번 인수됐던 에이치엘비제약 경영진이 올 상반기 매출 증가와 수익성 악화를 동시 경험했다. 20년이 넘은 기존 관행을 바꾸는데 주력하는 에이치엘비제약이 향후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엘비제약 모태는 지난 1998년 설립된 ‘씨트리’다. 씨트리는 지난 2019년 11월 메디포럼에 인수돼 ‘메디포럼제약’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어 2020년 10월 에이치엘비그룹에 인수된 후 다시 사명을 에이치엘비제약으로 바꿨다. 현재 최고 경영진은 박재형 대표와 전복환 대표의 각자대표 체제다. 1966년생 박 대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와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 변호사, 법무법인 해송 파트너 변호사를 역임했다. 1963년생 전 대표는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그는 지난 1987년부터 GC녹십자와 셀트리온, 제넥신, 대웅제약 등에서 백신, 단백질항체 치료제 등 개발 경력을 가진 바이오의약품 전문가다.
에이치엘비제약은 개별재무제표 기준, 지난 2017년 156억원, 2018년 205억원, 2019년 355억원, 2020년 406억원, 2021년 629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이어 올 상반기 423억원 매출을 올려 전년대비 50.2% 성장했다. 이같은 상반기 성장과 관련, 에이치엘비제약은 치매치료제 ‘글리티아’ 등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대형품목 호조와 신제품 9개 출시, 오미크론 사태로 인한 호흡기 관련 약물 수요 증가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글리티아 지난해 매출은 113억원으로 파악됐다. 회사의 호흡기 품목은 상반기 5억원 매출을 올려 전체 1.1%를 점유했다, 지난 2020년 매출 0.9%, 2021년 0.8%에 비해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 –38억원, 2018년 –58억원, 2019년 12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 5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에는 –24억원을 보여 적자로 전환됐다. 적자 원인에 대해 에이치엘비제약은 위탁생산 제품의 자사생산 전환을 위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 투자와 수입 원부자재 단가 상승, 업무량 증가에 따른 직원 급여 및 복지비용 증가, 향남공장 제조경비 투입 등으로 분석했다. 에이치엘비제약 매출원가율 증가도 한 몫 했다. 지난해 상반기 42.6%가 올 상반기 47.5%로 4.9%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이에 하반기 에이치엘비제약은 신제품 5개 출시와 수탁매출 증대, 인건비 중심 고정비 증가 최소화와 매출총이익 확대, 향남공장 가동률 증가를 통한 운영 적자폭 감소, 생동 프로젝트 마무리를 통한 비용 감소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수탁매출은 상반기 62억원을 올려 전체 14.7%를 점유했다. 이같은 매출 비중은 지난 2020년 14.1%를 초과한 실적이다. 지난해 다소 주춤했던 7.7%에 비해 급등한 수치다.
현재 에이치엘비제약 경영 이슈는 에이치엘비그룹에 인수된 후 체계를 갖추는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에이치엘비제약 관계자는 신성장동력에 대해 “과거 제네릭(복제약) 제조 관행에서 벗어나 신약개발과 에이치엘비그룹 의약품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우선적으로 회사가 진행한 것은 CSO(영업대행사) 영업 활성화다. 직영 영업조직을 10여명 선에서 유지하며 CSO 영업을 늘려 효율적으로 매출 극대화를 노리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에이치엘비제약 관계자는 “CSO 영업에 따른 매출은 전체 85% 수준”이라고 밝혔다. 자사생산 품목 물량을 늘리기 위한 제제연구팀 확대와 컨슈머사업부 활성화, 생동 완료 제품 생산을 통한 원가구조 개선도 에이치엘비제약이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컨슈머사업부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12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 중이다. 내년부터 본격 매출 발생을 목표로 현재 조직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신약개발의 경우 휴메딕스와 공동 진행하는 비만과 당뇨 치료를 위한 ‘GLP-1 수용체 작용제’ 개량신약이 주목된다. 비만 치료 약물 중 최근 주목 받는 GLP-1 수용체 작용제는 혈당제어와 체중감소 효과는 있는 반면 혈당관리 지속성이 떨어지고 1일 1회 투여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파악된다. 이에 에이치엘비제약과 휴메딕스는 식욕을 억제하고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을 감소해주는 GLP-1 수용체 작용제 약리 기전과 혈당관리 지속력을 높인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제형 연구 단계다. 향후 진행할 임상시험은 휴메딕스가 주도한다는 회사측 설명이다. 에이치엘비제약은 먹는 항응고제를 2주 이상 효과가 나타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개발도 진행 중이다. 현재 비임상 마무리 단계로 파악된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란 매일 복약 또는 주사로 투여해야 하는 약물을 1~3개월에 한 번 주사 투여로 대체하는 새로운 형태 의약품을 지칭한다. 근육에 약물을 주입, 장시간에 걸쳐 혈액을 통해 약물을 방출시키거나 분자 구조를 확대해 약효 지속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기존 약물 또는 주사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 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환자들 편의성이 장점으로 꼽히는데 개발 성공 여부는 지켜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신중하게 답변했다. 이밖에도 지난해 삼성제약으로부터 인수한 향남공장에서 CMO(위탁생산) 영업 확대를 통한 매출 증대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삼성제약 제품을 위주로 생산하고 있다. 에이치엘비제약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항암신약 후보물질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결국 최근 수년 사이 두 번 인수를 거치며 사명은 물론 전반적 경영체계가 변경됐던 에이치엘비제약은 적응과 정비 기간을 거쳐 신성장동력 확보를 본격 추진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 2년이 지났지만 현재도 준비하는 사항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영업이익 증가를 위해 원가를 낮추는 등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