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스트투자·SK·유안타증권 등 유력 매물 후보 거론
완전 민영화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박차···M&A 성사 시 업계 내 거대한 지각변동 기대
중소형 증권사 인수 후 우리종금과 합병 시나리오 제기···"저평가 증권사 편입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될 것"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롯데카드 인수전에 최종 불참을 선언하면서 증권사 인수·합병(M&A)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베스트투자증권, SK증권, 유안타증권이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매물로 나온 증권사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갑자기 가파르게 침체 분위기로 진입한 증시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금융이 완전 민영화 이후 골몰해왔던 증권사 인수·합병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당초 유력한 롯데카드 인수 후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예비입찰조차 참여하지 않았다.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협상은 가능했지만 일찌감치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것이다. 2년만에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의 몸값이 예상보다 높은데다 카드 업황 전망도 밝지 않아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차원에서는 우선적으로 증권사 인수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은 롯데카드 인수를 포기하면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인수를 위한 충분한 실탄을 확보한 셈이다.

문제는 그럴듯한 인수 매물이 여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어 연내 성사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의 실적이 좋아 몸값이 치솟은데다 우리금융 입장에서 적절한 타이밍을 잡지 못해 현재까지 뚜렷한 윤곽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잠재 매물로는 이베스트투자증권, SK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매각 가능성이 높은 곳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최대주주인 이베스트투자증권과 SK증권이다. 적절한 이익을 남기고 시장에서 철수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양 사가 각 증권사를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도 높다는 시각이다.

먼저 G&A사모펀드가 61.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가능성이 높은 매물로 꼽힌다. G&A사모펀드의 지분 98%을 보유하고 있는 LS네트웍스가 꾸준히 이베스트투자증권 매각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수장인 김원규 대표이사가 이전 우리투자증권 사장으로 재임했던 만큼 우리금융과의 연결고리도 존재한다.

SK증권은 J&W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데 기존 'SK브랜드' 상표권은 2023년 12월 만료된다. 이후 기존 SK그룹과의 브랜드 사용권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우리금융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J&W파트너스는 재무적 투자자(FI) 교체 및 펀드 만기를 5년 추가로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6월 SK증권이 우리금융지주로의 매각설에 대해 부인하는 해명공시까지 내면서 매각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안타증권은 과거 대만 유안타그룹이 우리금융지주와 매각을 논의했다는 소문이 퍼지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해 말 유안타증권과 우리은행 사이에 제휴 사업이 이뤄지면서 인수 성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중소형 증권사 인수 후 우리종합금융과의 합병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종금의 업무 영역과 시너지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증권사를 찾는다는 것이다. 우리종금은 여신업무가 가능해 자본 규모가 작은 증권사를 인수하더라도 대출 등을 통해 투자금융(IB)영역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지난 2010년 메리츠종금이 증권업을 결합해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출범한 사례도 거론된다. 당시 메리츠종금증권은 종금업 라이선스를 통한 조달부문 경쟁력을 바탕으로 IB부문을 확대하는 등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합병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증권업계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어 매물이 나온다면 지난해보다 크게 저평가 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금융이 장고에 들어갈 수 있다"며 "증권사 인수 논의와 달리 실제 인수는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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