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절차 위반에 국민 피해” vs 국회 “적법한 입법이자 선진화된 제도”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검찰의 수사권 범위를 대규모로 축소한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성을 따지는 공개변론에 앞서 법무부와 국회가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법무부는 입법절차 위반과 국민피해를, 국회는 청구인의 자격없음과 국회운영의 자율권을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사 대심판정에서 한 장관 등과 국회 간 권한쟁의사건 공개변론을 열었다. 국회는 지난 4~5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선거·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범죄 등’ 2대 범죄로 축소하고, 수사개시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과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무부는 등은 지난 6월 개정안이 헌법이 부여한 검사의 수사·소추권을 침해한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한 장관은 이날 공개변론에 직접 출석해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잘못된 입법으로 위헌이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정치인들이 범죄 수사를 피하려는 잘못된 의도로 위장 탈당과 회기 쪼개기 등을 했다”며 검수완박 법안의 절차적 하자를 주장했다.
한 장관은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때와 시행령을 만들 때 해석이 충돌한다는 정치권의 비판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법무부가 권한쟁의심판 청구서에는 검찰의 수사가 사실상 박탈된다고 기재했으면서, 시행령에 대한 보도자료에는 부패·경제범죄 외에도 다른 중요범죄도 수사가 가능하다고 쓴 것은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시행령) 개정은 검수완박 법인이 시행되고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었다”며 “법률의 위법·위헌성과 피해가능성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접 변론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 “직접 나서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라며 “모든 국민의 일상과 안정,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기 때문에 책임성 있게 일해야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측 대리를 맡은 장주영 변호사(법무법인 상록)는 법무부와 검사는 청구 자격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장 변호사는 “검찰의 사무를 관장하고 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은 수사권과 소추권이 없어 검사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자체가 없다”며 “검사 역시 헌법상 영장청구권에 대한 변경 내용이 없어서 개정 법률에 대한 심판청구 자격 없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에는 누가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며 “(수사와 기소 권한은) 국회가 시대의 상황과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해야 하는 입법사항이다. 국회가 헌법상 다수결의 원칙과 국회법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법률안을 심사 의결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는 “헌재는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 아니면 국회운영의 자율권을 존중해 왔다”며 “행정부 소속 법무부와 검사는 국회의 입법에 대한 권한 침해를 다툴 수 없고 권한 자체도 침해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개정법 시행으로 국가의 범죄 대응 수사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장 변호사는 “검찰이 법에 규정된 권한, 예컨대 시정조치와 조회수사요구, 보완수사요구 등을 활용해 경찰과 협력하는 등 법에 부여된 자신의 권한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수사력이 약화되지 않을 것이다”며 “국민의 피해 또한 발생할 이유도 없다”고 반박했다.
변론 과정에서도 양 측은 검찰의 수사권이 헌법에 근거를 뒀는지, 개정안 통과 과정에서 벌어진 ‘위장 탈당’ 등이 절차적 하자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법리 다툼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