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보험사 RBC 비율 하락 시 내부통제 점검 가능
보험사들, 회계방식 변화 이어 내부통제 대비···금리인상 지속 전망에 RBC 위기 우려
"RBC 비율 100% 이하 시 누군가에게 책임 물을 수 있는 근거로 작용, 중소형 보험사일수록 부담 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내년부터 보험사의 내부 통제 항목에 지급여력비율(RBC) 관리를 포함되면서 업계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감독 규정 개정이 본격 도입되면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RBC 비율 하락 시 보험사 내부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 볼 수 있다.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새로운 회계제도 방식 변화에 이어 내부통제까지 대비해야 해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감독 규정이 개정되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RBC) 관리 업무와 관련해 업무 처리 기준 및 세부 절차, 기초 통계 자료의 보관, 내부 검증 절차 및 검증 기준, 임직원 권한과 책임 등에 관한 사항이 내부통제 기준에 추가된다. 당국은 내년부터 IFRS17 도입에 따라 감독 규정도 이에 발맞춰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IFRS17는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제도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RBC 관리 업무다. RBC란 모든 가입자가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을 때 줄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이다. 보험사의 대표적인 재무 건전성 지표로 꼽힌다. 현행 보험업법상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선제적 관리 차원에서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앞서 보험업계는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보험사가 보유 중인 채권 평가 이익이 떨어지면서 RBC 비율이 하락해 건전성 논란이 된 바 있다. 최근에는 금융당국 제도 개선으로 대부분 회복됐지만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주춤했던 채권금리가 다시 반등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평가손실이 커져 RBC 비율이 하락한다. 보험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통상 채권금리가 0.1%포인트 오를 때 RBC 비율은 최대 5%포인트까지 줄어드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향후 기준금리가 더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각에서는 RBC 위기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당국의 개정된 감독 규정에 RBC 관리가 내부 통제 기준으로 포함되는 시점이 당장 4개월 후라는 점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 단행하면서 채권금리가 올라갔고 반대로 채권 가격은 떨어져 보험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11월 초에는 미국이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RBC 비율을 놓고 보험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다행히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 시기 보험사의 건전성 악화를 감안해 지난 6월 시행한 규제 완화 방침으로 올해 6월 말 국내 보험사의 RBC 비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보험사의 RBC 비율은 218.8%로 전분기 말(209.4%) 대비 9.4%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된다면 관련 규제 완화 효과도 약해질 것이고 결국 RBC 위기가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금리 수준만으로도 보험사의 자금조달에 부담이 줄 정도로 올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RBC 비율을 방어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주로 발행하는데 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자금조달 부담이 늘어난다. 최근 롯데손해보험은 RBC 비율 제고를 위해 14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수요예측 결과 금리는 공모희망금리(6.4~6.9%) 최상단인 6.9%에서 결정됐다. 상반기만 해도 보험사의 후순위채 금리는 4%대에서 형성됐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금리가 7%를 넘보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마저도 대형 보험사들은 감당할 수 있겠지만 중소형 보험사들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RBC 비율이 개선됐다고 해도 5개 보험사는 여전히 건전성이 좋지 않았다.
생보사의 경우 처브라이프의 RBC 비율이 145.7%로 조사됐다. 손보사에서는 MG손보(74.2%), 한화손보(135.9%), 캐롯손보(149.1%), 뮌헨리(135.3%)가 권고 수준을 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추진된다면 RBC 비율 100% 이하 시 책임을 누군가에게 물을 수 있는 근거로 작용될 소지가 크다"며 "중소형 보험사 입장에서는 RBC 비율 관리를 포함한 내부 통제 영역까지 대비해야 해 부담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