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엔지니어링 전문회사로 지난해 코윈테크 자회사로 편입
'배터리 전문가' 삼성SDI 출신 노환진 대표가 2012년 설립
코발트 없는 2차전지 양극재 개발 추진 중···WCP흥행실패 지울까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코윈테크 자회사인 탑머티리얼이 증시에 한파가 불어닥친 상황 속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탑머티리얼은 시스템 엔지니어링 회사지만 최근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2차전지 분리막업체 더블유씨피(WCP)가 IPO흥행에 실패하면서 2차전지 흥행불패 공식을 깨진 상태다. 하지만 탑머티리얼은 폭발적인 이익 성장세와 100% 신주모집, 노환진 대표의 화려한 경력을 내세우고 있다. 탑머티리얼이 투자자들로부터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서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을지 주목된다.
◇ 탑머티리얼, WCP 흥행참패 충격 딛고 흥행 모색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탑머티리얼은 27~28일 기관 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 들어간다. 희망공모가범위는 2만7000~3만원이고 공모주식수는 200만주이다. 희망공모가기준 공모금액은 540억~600억원이고 상장 후 시가총액은 2157억~2396억원이다.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은 10월 4~5일 진행되며 상장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탑머티리얼은 전체 생산을 위한 장비공급부터 설치 및 시운전 등까지 턴키 프로젝트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엔지니어링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는 회사로서 주로 2차전지 사업에 진입하려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관련 생산 공정을 설계해주고 장비를 공급해준다.
탑머티리얼은 삼성SDI 출신인 노환진 대표가 2012년 설립했다. 노 대표는 서울대학교 전기화학 박사로 삼성SDI에서 국내 최초로 휴대폰용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한 국내 배터리업계 1세대 인물이다. 그는 이후 미국 2차전지 제조기업 A123시스템스 창업멤버로서 기술 총괄부사장을 맡아 세계 최초로 전기차용 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을 총괄했다. A123시스템즈는 2009년 미시건주에 미국 최초의 기가팩토리를 건설하며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노 대표는 2012년 탑머티리얼을 창업했는데 지난해 3월 코윈테크가 지분 50%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최대주주 변경 이후에도 코윈테크는 노 대표에게 대표를 맡기고 있다.
탑머티리얼은 미국발 긴축 우려에 국내외 증시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IPO에 나서면서 일각에서 흥행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더블유씨피가 IPO흥행에 실패하면서 ‘2차전지 IPO=흥행불패’라는 공식도 깨진 상황이다.
하지만 탑머티리얼의 실적이 급성장하고 있고 흑자도 안정적으로 내고 있다는 점은 차별화되는 요인이다. 탑머티리얼은 지난해 개별기준 매출 319억원, 영업이익 48억원을 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378억원, 영업이익 83억원을 기록하며 반기만에 지난해 실적을 넘어섰다. 차입금의존도는 7.71%에 불과하다.
탑머티리얼은 올해 상반기 해외매출 가운데 달러계약 비중이 95% 달하고 현금성 달러자산도 354억원을 들고 있을 정도로 킹달러 수혜기업이기도 하다.
IPO흥행에 부정적인 구주매출도 없고 200만주 전량이 신주모집이다. 코윈테크와 노환진 대표는 상장 후 3년 동안 보호예수를 설정했다. 상장 직후 유통물량은 257만2700주로 전체 발행주식 798만8047주의 32.2%다.
◇ 2차전지 소재 기업 인정받을까
탑머티리얼은 코발트가 들어가 있지 않은 고성능 양극재 소재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2차전지 소재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아직 2차전지 소재 관련 매출은 미미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 기준 탑머티리얼의 시스템엔지니어링 사업매출 비중은 93.54%에 달한다. 다만 탑머티리얼이 하반기부터 양극재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있기에 향후 2차전지 소재 관련 매출이 급증할 가능성은 높은 상태다.
탑머티리얼은 코발트가 들어가 있지 않은 양극재 등 2차전지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탑머티리얼은 현재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와 리튬인산철(LFP) 양극재의 단점을 보완할 신소재 양극재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탑머티리얼은 공모자금 가운데 차세대 양극재인 'LMRO' 개발을 위한 공정설비 자금으로 322억원, 클린룸 등 시설공사 자금으로 109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탑머티리얼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탑머티리얼 공모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2차전지 소재 부문을 기업가치에 반영하지 않았다. 비교기업으로도 엔시스, 티에스아이, 대보마그네틱, 코윈테크 등을 선정하며 시스템엔지니어링 기업으로서 분류했다. 그 결과 평균 주가수익비율(PER)로 29.3배가 산정됐으며 할인율 20.81~28.73%를 적용해 공모가 희망범위를 제시했다.
탑머티리얼이 IPO과정에서 투자자들로부터 2차전지 소재 회사로 인정을 받는다면 기업가치가 낮게 상장했다고 보는 시선이 늘어나면서 IPO 흥행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