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증자 참여···산은은 계속 지분보유
정부, 그간 10조원 공적자금 투입···경영 정상화 가능할까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전경 / 사진=산업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넘기기로 잠정 결정했지만 여전히 투자금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은 남았단 평가다. 인수합병(M&A)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으로 정하면서 산은의 지분과 대출금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은을 비롯한 국책은행을 통해 대우조선에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위해 한화그룹과 함께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26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이 제3자배정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우조선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매각이 진행된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원, 한화시스템이 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이 1000억원 등 총 2조원의 유상증자에 나서 한화그룹은 대우조선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대우조선의 민영화 작업은 약 14년간 난항을 겼었다. 지난 2008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가 선정되면서 M&A 직전까지 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무산됐다. 이후 대우조선은 지난 2015년에 경영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주인을 찾지 못하다 2019년 산은은 현대중공업과 M&A를 추진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불승인 결정으로 최종 거래는 무산됐다.  

한화그룹이 이번 합의서로 대우조선의 신주를 인수하면 49.3%의 지분율로 경영권을 확보한다. 산은의 지분율은 28.2%로 낮아진다. 산은은 원활한 투자 유치와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채권단과 함께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추후 한화그룹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가 나타날 경우 이름바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경쟁 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우조선의 경쟁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국내 기업의 많은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산업은행의 입장이다. 

업계에선 향후 경쟁 입찰의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품에 안을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대우조선을 인수할 기업을 찾았지만 실패로 돌아간 만큼 한화그룹 이외의 인수자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한화그룹은 2008년 당시 8조원을 들여 대우조선을 인수하려고 나선 만큼 이번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단 평가다. 

이번 합의안으로 산은은 헐값 매각 논란은 다소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의 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이기에 산은은 추후 투입한 자금을 회수할 기회를 남겨놨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이 한화그룹에 매각돼도 산은은 여전히 대우조선의 지분을 보유한다. 수출입은행도 대우조선이 자본확충을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CB) 2조3328억원을 계속 가지게 된다. 또 두 국책은행이 대우조선에 빌려준 차입금도 향후 상환돼야 한다. 

다만 산은이 이익을 보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산은, 수은을 통해 자본확충, 대출금 등을 모두 포함해 약 10조원의 자금 지원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산은이 본전 이상을 찾기 위해선 대우조선의 빠른 경영 정상화가 필요하다. 대우조선은 올 상반기 5696억원의 영업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2203억원)과 비교해 적자 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2조원을 투입하면 자금 여력은 커진다는 점은 경영 정상화에 있어 긍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의 심화는 당분간 조선업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 조선업체들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인플레이션이라고 진단했다. 원자재비·인건비·외주비 등 원가 상승에 대해 조선업체들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그리 많지 않아 원가가 추가로 오르면 손실 발생은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지속적인 선가 상승에 따른 수주잔고의 질적 개선 추세를 감안할 때, 2023년 이후에는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감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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