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금리 사상 첫 5% 돌파
글로벌 긴축 강화 기조에 따른 한은 금리 인상 주효
카드사, 단기자금 시장 통해 조달 다각화···유동성 문제 지적
저축은행, 유상증자 만지작···"비용 줄이고 건전성 관리 주력해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기준금리 인상으로 카드·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의 경우 대부분의 등급이 5%대 수준을 넘기며 부담이 늘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도 높은 통화긴축 정책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다음달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향후 2금융권을 중심으로 조달금리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조달 비용을 줄이고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채권 AA+ 3년물 금리는 5.060%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 7월 20일(4.87%) 이후 1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2%대였던 금리가 2배로 뛴 것이다.
여전채 금리는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 5월 3.80%를 시작으로 6월 초 4.41%로 한 달 만에 0.61%포인트 상승하며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4%대에 진입했다. 이후 8월 4.835%로 오르며 상승세를 키웠고 최근 5%를 넘었다.
여전채 금리 상승 이유로는 근본적으로 글로벌 긴축 강화 기조에 따른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넘어 '울트라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1%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나오면서 국고채, 여전채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대거 인상하게 되면 한은도 금리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해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유가 등 대외적 요인이 크며 유가가 언제 다시 상승할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을 말하기 어렵다"며 "인플레이션이 꺾일 때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은행과 같은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로서는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카드사의 경우 보험사처럼 고객에게 보험료도 받지 않기 때문에 대출 등 여신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이상을 여전채로 조달하고 있다. 문제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여전채 금리가 뛰면 그 상승분을 고스란히 비용으로 감당해야 하는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부담과 수익성 악화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자금조달이 급한 카드사들은 단기자금 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로를 다각화하고 있다. 만가기 짧아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어음(CP) 발행을 늘리는 식으로 조달 비용을 낮추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7개 전업카드사의 만기 1년 이내 CP 및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발행액은 38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동기 대비 62% 증가한 규모다.
다만 단기화된 자금 조달 구조는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 가능성이 커져 유동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 부채 만기를 맞춰야 회사의 유동성이 관리되는데 단기 자금이 많아지면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LM은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유동성위험의 관리를 의미한다. 자산과 부채의 계약만기가 불일치하면 자금이 부족해 지급 요구에 대응할 수 없게 되거나 고비용으로 조달함으로써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자금조달 문제는 저축은행도 답답한 것은 매한가지다. 저축은행들은 보통 예금 등 수신금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에 사용한다. 하지만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4%대 예금까지 등장하면 부담이 커진 상태다. 일부 저축은행은 수신금리 부담에 유상증자까지 고민하고 있다. 최근 OK저축은행은 2016년 이후 6년 만에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실제 저축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로 인해 순이익도 줄어들고 있는 상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2년 상반기 저축은행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국내 79곳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991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 대비(1조592억원) 동기 대비 15.1%(1601억원) 감소했다. 상반기 영업이익 기준으로 저축은행 업계가 역성장한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2금융권의 경우 기본적으로 금리가 높은 데다 채권시장에서 인기도도 낮아 부담이 크다"며 "기준금리 인상기 속에서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