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 현실 고려하면 시의적절한 정책 대응
도입 취지는 이해하지만 업권별 이해관계 엇갈려
이해관계자 다양하고 쟁점도 복잡해 난감한 모습
공통된 문제 위주로 우려 해소하고 업권 간 공동협의 필요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금융회사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예금보험공사의 금융안정계정 도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금융안정계정은 금융위기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업권에 대해 적기에 유동성공급·자본확충을 지원하는 돈이다. 이를 통해 금융사 부실을 선제적으로 방지하고 위기의 전염을 차단해 금융시스템 안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최소화 한다는 복안이다.

계정은 예금보험기금채권의 발행, 예금보험기금 각 계정으로부터의 차입금, 보증 수수료 수입 등을 재원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11일까지 의견수렴을 한 뒤 법제처 심사를 거쳐 올해 중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작금의 현실을 고려할 때 금융안정계정 도입은 시의적절한 정책 대응이다. 최근 기업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어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기업대출 금리가 치솟으며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늘고 있고 향후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문제는 도입 취지는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업권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금융산업의 상호연계성이 높아짐에 따라 특정 업권 또는 금융사의 리스크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커졌지만 업권 간 이해관계자가 다양하고 쟁점도 복잡한 만큼 난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저축은행업계는 금융안정계정 도입으로 인해 예금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안정계정 사용으로 손실 발생 시 예금보험료 부담이 증액될 가능성이 있는데 각 금융사별 부담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저축은행업권은 은행보다 4배 많은 예금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부산 저축은행 부실 사태 영향으로 더 큰 책임이 부과됐기 때문인데 최근에는 과거보다 건전성이 개선된 만큼 저축은행 업권 사이에서 예금보험료율 인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예보 측은 저축은행 사태로 발생한 부채를 모두 갚기 전까지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업계는 철저히 수익자 부담과 전액 회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당국은 수익자 부담과 전액 회수를 전제로 금융안정계정을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회수가 어려워지면 금융사들이 손실을 부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보기금은 일시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금융사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기금손실이 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는 명확한 기준 마련과 산업별 맞춤 한도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주가 폭락 시 원화‧외화에 대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증권사들이 어떤 기준에 부합해야 금융안정계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업계에서는 업권별로 이해관계와 요구사항이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금융안정계정 법안이 도입된다고 해도 상당폭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실효성이다. 금융안정계정 도입이 실질적인 금융회사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공통된 문제 위주의 우려가 해결돼야 한다. 대표적인 문제가 도덕적 해이와 낙인 효과다. 금융회사 경영진이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못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주도적으로 지원을 한다면 본래 취지와 다르게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편이라는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선제적인 지원 발동을 결정할 때 보다 투명한 결정이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낙인 효과에 대한 방지책도 필요하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위기가 현실화 되지 않았는데 금융당국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발생하는 낙인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원한다면 낙인효과로 인해 경쟁력 약화 등 오히려 부실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아무리 화재 예방에 만전을 기해도 불이 나지 않는 건물은 없는 것처럼 금융위기에 대한 완벽한 예방책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 빠르게 금융시장을 보호하고 위기를 차단할 정책 수단은 필요하다. 위기 상황 발생 시 효과적인 위기 대응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공통된 문제 위주로 우려를 해소하고 업권 간 공동협의로 세부적인 운영 방안이 결정돼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