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비축미 포함 총 90만톤 시장 격리···올해 생산량 23.3%
1조원 상당 비용 투입···쌀 과잉 생산 부추긴다는 지적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국민의 힘과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45만톤 규모의 쌀을 시장 격리 조치하기로 했다.
25일 박정하 국민의 힘 수석대변인은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 종료 후 국회브리핑에서 “당정은 금년 수확기에 역대 최대 물량인 45만톤 규모의 쌀 시장격리를 실시하기로 했다”며 “이번 대책은 시장격리 대책을 통해 쌀값이 상승했던 2017년보다 더 빠르고 많은 규모의 과감한 수확기 대책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초과 생산이 예상되는 25만톤에 20만톤이 추가된 것으로, 2021년산 구곡도 포함됐다.
이번 시장 격리 물량과 공공비축미 45만톤까지 고려하면 올해 수확기 총 90만톤이 시장에서 격리되는 셈이다. 이는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의 23.3%에 달한다.
산지 쌀값은 지난 15일 기준 20㎏당 4만725원으로 1년 전보다 24.9% 하락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조사한 1977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들어 3차례에 걸쳐 37만톤의 쌀을 시장에서 격리했지만 가격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대규모 쌀이 격리됐는데도 농협 쌀 재고량은 지난달 말 기준 31만톤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치를 통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확한 쌀 가운데 37만톤 규모의 시장 격리를 하는 데만 7800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쌀 1만톤을 시장에서 격리시켜 2년간 보관하는데 229억원이 추산되는데 45만톤을 사들여 2년간 보관할 경우 1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격리된 쌀은 2~3년 후 사료·주정용으로 싸게 팔린다.
농식품부는 이번 시장 격리 조치를 통해 지난해 수확기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한 쌀값이 적정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당정은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선 반대한다고 밝혔다. 양곡관리법은 쌀 과잉 생산분이 발생할 경우 농협이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박 대변인은 양곡관리법에 대해 “쌀 공급과잉 심화, 재정 부담 가중, 미래 농업 발전 저해 등 부작용이 크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라며 “격리 의무화보다는 전략 작물 직불제를 내년부터 신규 도입·추진해 가루 쌀·밀·콩 및 조사료 재배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쌀 수급 균형과 식량안보 강화를 동시에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쌀을 매입해 쌀값이 높게 유지될 경우 오히려 과잉 생산을 더 부추기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쌀 공급과잉 현상은 쌀 소비량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쌀 생산량 감소는 그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9㎏으로 10년전인 2021년(69.8㎏)보다 18.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쌀 생산량은 401만톤에서 388만톤으로 3.2% 감소에 그쳤다.
여기에 2020년 쌀값이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2001년 이후 20년간 지속적으로 줄었던 쌀 재배면적이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0.8%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