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 1306명 설문, 월세 선호 응답 43%···2년 새 2배 늘어
전월세 거래 중 52.87% 차지···월세통합 가격지수, 매달 갱신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수요자의 비중이 2년 사이 두 배 넘게 늘었다. 금리 인상과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 증가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월세가 거래량의 절반을 넘었고, 수요 증가로 월세 가격은 매달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24일 부동산 플랫폼 기업 직방이 지난달 17~31일 자사 앱 이용자 1306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주거 형태’를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월세(보증부 월세 거래 포함)를 선호한다’고 한 응답이 43.0%에 달했다. 2020년 10월 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당시엔 월세를 선호한다는 답변은 17.9%에 불과했다. 2년 만에 월세 선호 비중이 2배 이상으로 확대된 셈이다.
월세를 선호하는 이유론 ‘목돈 부담이 적어서(40.4%)’를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꼽은 이유는 '사기, 전세금반환 등 목돈이 떼일 부담이 적다'는 것이었다. 응답자의 20.7%가 이를 이유로 꼽았는데 2년 전(11.4%)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서'라는 답변도 13.5%로 세번째로 많이 꼽은 이유였다.
전세를 선호하는 임차인(57.4%)들은 ‘매월 부담해야 하는 고정지출이 없어서’(53.8%)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어 ‘월세보다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적어서’(22.0%)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한 발판이 돼서’(10.1%) 등의 순이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매매가격이 하향 추세인 데다 금리 상승으로 대출 부담 등이 커져 무리하게 주택을 매입해 전세로 매물을 내놓았다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또한 임대인의 개인 채무 등을 확인하기 어려운 제도의 허점을 노려 전세사기를 치는 경우가 늘면서 관계부처가 전세사기 피해 방지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불안한 요인들이 많아지면서 2년 전보다 월세 거래가 더 낫다고 답한 응답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월세 증가가 가속화되고 있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확정일자를 받은 전국 월세 건수는 9월 둘째 주 기준 11만9536건, 전세는 10만6553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대차 거래 가운데 52.87%가 월세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전세보다 많은 현상은 올해 4월 이후 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전체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월 45.96%에서 3월 49.58%까지 올랐다. 4월 절반을 넘겼고 5월 57.78%, 6월 50.27%, 7월 50.40% 등으로 50%대를 유지했다.
전세 수요까지 월세로 전환하면서 월세 가격은 매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주택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101.8로 전월 대비 0.09% 올랐다.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2021년 6월 월세가격을 기준점인 100으로 놓고 순수 월세, 반전세 등을 합친 가격 변동을 담은 지수다. 2019년 8월 이후 36개월 연속 상승세며, 최근 매달 최고치를 갱신 중이다. 월세 가격 상승은 아파트가 주도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는 올 초 102.5에서 8월 104로 1.46% 올랐다. 민간 통계인 KB국민은행 기준으로도 지난해 말 서울 기준 99.5이던 아파트 월세지수는 지난 8월 103.9로 4.42% 급등했다.
시장에선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지고 목돈이 부족한 임차인을 중심으로 월세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면서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자가 월세보다 확실히 더 저렴하지 않은 한 월세화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전세 수요가 줄어들고, 기존 계약자는 반전세로 전환하는 경우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