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코엑스점, 오는 24일 문 닫기로
국내 대신 해외 확장···고환율 속 선택과 집중 펴기로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면세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면세점들은 내수 판매는 물론 해외 역직구까지 단행했다. 최근에는 면세점들이 고환율까지 마주하자 면세점 제품 가격이 백화점보다 더 비싼 일명 ‘가격 역전’ 현상까지 벌어졌다.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이같은 암초를 마주한 상황에서 국내보다 해외에 역량을 다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통할지 관심이 모인다.
22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들은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았다가 다시 활기를 되찾아가는 시점 고환율이라는 새로운 장애물을 맞았다. 원달러 환율은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면세점의 최대 강점은 세금(관세)을 내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면세점 상품은 시중가 대비 저렴하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최근 일부 상품들은 환율 급등에 면세점이 백화점보다 더 비싼 일명 ‘가격 역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날 기자가 시내면세점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최근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크지 않다 보니 꼭 필요한 물건만 면세점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있었다.
직장인 A씨는 “항상 출국 전이면 면세점에서 제품 쇼핑에 시간을 들였지만 최근 출장차 출국할 때는 구매하지 않았다”며 “면세품 구매 전 백화점 가격과 비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고환율 영향으로 면세점 매출도 급감하는 추세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전월 대비 15%가량 감소한 1조2474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면세점들은 지난 6일부터 시행된 면세한도 상향, 실적 회복 등을 위해 적립급 혜택 등 각종 프로모션을 펴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만큼 수요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면세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선택과 집중을 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019년 매출 6조1030원을 기록했으나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이후 2020년 3조1493억원, 2021년 3조7184억원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롯데면세점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특허 갱신 심사도 신청하지 않기로 해 오는 24일 폐점한다.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은 롯데가 2010년 애경그룹의 AK면세점을 인수해 운영한지 12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중국 봉쇄 장기화 및 고환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면세점 업계는 내국인 마케팅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높은 환율로 인해 면세점 쇼핑에 부담을 느끼는 내국인 고객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곳곳에는 ‘영업종료 안내’ 팻말이 붙어져 있었다. 일부 매대는 상품 대부분이 빠져 텅 비어있었다. 직원들도 영업을 이어가기보다는 점포 정리에 한창이었다.
롯데면세점은 코로나19 특수로 실적 회복이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코엑스점은 폐점하고, 그간 분산돼 있던 강남권 면세점 역량을 잠실 월드타워점으로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국내 시내면세점 가운데 최대 규모로 가장 많은 브랜드가 입점돼 있는 면세점이다. 롯데면세점은 명동 본점과 함께 서울 대표 면세점으로 꼽힌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엑스점 영업 종료 이후 강남권 면세점 운영 역량을 잠실 월드타워점으로 집중시켜 운영할 계획”이라며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강북권은 명동본점과 강남권은 월드타워점을 중심으로 내실경영을 실현하고, 상품 및 신규 브랜드 입점 확대, 마케팅 활동 강화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엑스점 고객을 롯데월드타워점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투자를 확대하고 계열사 인프라를 활용해 단체 관광객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롯데면세점은 부진한 점포는 줄이고 대신 해외에는 신규점을 내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 방침이다. 롯데면세점은 올 상반기 호주 시드니에 시내면세점을 오픈한 데 이어 추가적으로 연내 베트남 다낭 시내점 출점이 예정돼 있다. 또 내년에는 베트남 하노이 시내점 신규 출점이 예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고환율로 인한 어려움에도 면세업계가 이달 예정된 인천국제공항 입찰에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은 고정임대료 방식 대신 영업요율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입찰은 인천공항 총 21개 면세점 사업권 가운데 제1여객터미널 9개와 제2여객터미널 6개 등 총 15개 사업권이 대상이다. 지난해 계약이 만료된 제1여객터미널은 현재 공실이 발생한 상황이고, 제2여객터미널은 내년 1월 만료된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일단 입찰 공고가 나와 봐야겠지만 관세청의 면세지원 방안 발표 등 면세사업 지원 의지가 큰 상황”이라며 “입찰 임대료 방식이 기업과 맞으면 입찰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