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공시 통해 지분 5.14% 매입 공시···지분보유 목적은 ‘일반투자’
BYC도 일반투자→경영참여 변경···한국알콜도 주주제안 본격화 준비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코스닥 상장사 한국알콜의 지분 5%를 취득했다고 공시하면서 또 하나의 행동주의 타깃 종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황성택 사장이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며 지난해 초 ESG레벨업펀드를 설정했고 이후 BYC, 태광산업 등에 투자했다. 특히 BYC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압박을 행사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 트러스톤운용, 한국알콜 지분 5% 확보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전날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한국알콜 주식 111만1558주(지분율 5.14%)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15일 108만8836주를 매수하면서 지분 5% 이상 보유하게 되자 공시의무가 발생했고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1만주와 1만2722주씩 추가 매수하고 전날 매매 내역을 공시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밝힌 보유목적은 ‘일반투자’다. 지분 보유목적은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경영참여 등으로 나뉘는데 단순투자는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정도인 기본적 주주권리만을 행사하겠다는 뜻이고 일반투자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자료제출 및 정관변경, 배당, 임원선임 및 해임 등을 추진할 수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한국알콜 지분 5% 이상을 확보한 배경은 한국알콜이 지나치게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국알콜은 지난 1984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공업용 에탄올 제조사로 소주의 원재료인 주정 등도 생산한다. 도료, 잉크 등에서 용제로 사용되는 초산에틸과 초산부틸의 경우 5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종속자회사로는 코스닥 상장사인 이엔에프테크놀로지와 비상장사 신디프를 거느리고 있다.
한국알콜은 코로나19 사태 당시 손소독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비약적인 실적성장을 거뒀다. 한국알콜은 2019년 매출 2914억원, 영업이익 330억원을 거뒀는데 지난해에는 매출 5017억원, 영업이익 540억원을 냈다. 비상장사인 신디프의 경우 반도체 EUV(극자외선)공정에 쓰이는 각종 원료들도 직간접적으로 생산하고 있기에 주목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재 한국알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6.07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9배에 그치고 있을 정도로 저평가를 받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한국알콜은 건실한 회사인데 제값을 못 받고 있다”며 “회사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제2의 BYC될까···향후 전개방향은?
시장에서는 향후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행동주의 활동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한국알콜 주가는 전날보다 5.5% 급등한 1만550원에 장을 마쳤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 태광산업, 감성코퍼레이션 등에 투자했는데 BYC의 경우 처음에는 지분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했지만 지난해 12월부터는 지분을 확대하고 경영참여로 목적을 변경하면서 회사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2016년부터 올해 5월까지 BYC와 대주주 일가 및 특수관계기업 간에 이뤄진 거래와 관련된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를 허가해달라는 신청을 인용 받기도 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한국알콜에 대해 일단 배당확대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알콜은 코로나19 사태로 실적이 급증했음에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주당 배당금 100원을 고수했다. 2021년 사업보고서 기준 한국알콜의 현금배당성향은 4.31%이고 평균 배당수익률은 최근 3년, 5년 기준 모두 1.0%에 그친다.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처럼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의혹과 관련해 적극적인 압박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알콜 최대주주는 비상장 계열사인 케이씨엔에이(KC&A)인데 지용석 대표이사 회장 및 특수관계자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올해 초 한국알콜 주주는 ‘한국알콜산업 대주주 전횡을 조사해 달라’는 청원을 올리며 지용석 회장이 KC&A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배당금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고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