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신약 '엔허투' 국내서도 허가···"치료 기회 확대"
ADC 형태 주목···"효능 높이고 부작용 최소화"
국내 기업은 걸음마···셀트리온 개발 착수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유방암 치료 신약 '엔허투'가 미국, 일본, 유럽에 이어 국내에서도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환자들의 새로운 치료 기회를 넓혔다. 기존 항암제로 치료가 어려운 HER2 유전자 발현 환자에게 처방되는 새로운 치료제로, 기존 약보다 사망률을 70% 이상 낮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셀트리온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도 개발에 속속 뛰어드는 모양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유방암 및 위암 치료 신약 '엔허투주 100mg'의 품목허가를 승인했다. 기존 약으로 두 번 이상 치료를 받았던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위암 환자의 3차 이상 치료에 사용된다.
HER2는 암세포 표면에 붙어있는 수용체로, 세포를 분열시키는 역할을 한다. HER2 수용체가 과발현했을 때 생기는 악성 종양이 HER2 양성 유방암이다. HER2 양성 유방암은 일반 암보다 진행이 빠르고 공격적인 만큼 재발과 전이가 잦다. 세계 유방암 환자 중 의 20~30%가 HER2 양성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내 환자들의 엔허투 도입 요구가 많았다. 엔허투는 앞서 2019년 미국에 이어 일본, 유럽에서도 승인을 받았지만, 국내에선 무려 1년간 심사가 지연됐다. 이에 국민동의청원에 5만여명이 신속한 허가를 요청했고, 최근에서야 품목허가가 났다.
엔허투는 항체와 약물을 결합한 항체-약물복합체(ADC) 형태다. 항체인 트라스투주맙은 HER2 발현 종양을 겨냥하고, 약물 데루스테칸은 종양 세포를 사멸시킨다. 트라스투주맙과 데루스테칸의 결합으로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게 특징이다.
국내 기업들은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엔허투 승인으로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우선 셀트리온이 HER2 양성 유방암 치료를 위한 이중항체 항암 신약 개발 소식을 알렸다.
전날 셀트리온은 미국 바이오기업 에이비프로와 HER2 양성 유방암 타깃 이중항체 치료 후보물질 'ABP102'의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해, ABP102의 글로벌 공동 개발 및 판권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ABP102는 T세포 연결 HER2xCD3 이중항체로, HER2 양성 암세포와 T세포를 연결시켜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을 가진 약물이다. ABP102가 상용화되면 셀트리온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에 이어 새로운 HER2 양성 유방암 및 위암 치료 약물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ABP102의 비임상을 준비 중이다.
알테오젠은 엔허투와 같은 ADC 형태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 8월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ADC 'ALT-P7'의 1상을 마쳤지만, 현재 주요 국가의 승인을 받은 엔허투와 다른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가 중국 포순제약에 기술이전한 치료 약물 'LCB14'도 1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8일 미국에서 열린 'WORLD ADC 2022'에서 발표된 레고켐바이오와 포순제약의 1상 중간결과에 따르면, LCB14는 엔허투를 포함한 경쟁 약물 대비 높은 효능을 확인했다. 총 24명의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1상 결과 종양크기 감소 등 객관적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환자 비율인 객관적반응률(ORR)이 66.7%로 확인됐다.
레고켐바이오는 다이이찌산쿄가 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엔허투의 임상 1a상에서 ORR이 약 80%였던 점을 고려하면, LCB14의 ORR과 대등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보로노이도 현재 개발 중인 HER2 양성 유방암 치료물질이 국가신약개발사업으로 선정돼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