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협, 21일 ‘플랫폼 자율규제 방향’ 관련 세미나 개최
전문가, 자율규제 필요성 공감···자율규제기구 방향성 제언도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실증적 근거에 따라 어떤 유형 또는 어떤 요건에 따라 지정플랫폼을 규제할 것인지는 플랫폼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정해야 한다.”
21일 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자율규제의 답을 찾다’를 주제로 열린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플랫폼은 경쟁친화적으로도, 경쟁저해적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해석만을 기초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국내 주요 IT 기업을 회원사로 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디지털규제혁신포럼(구 체감규제포럼)이 정부의 플랫폼 자율규제 도입이 본격화됨에 따라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돼 온 자율규제 논의를 종합하고, 국내 플랫폼 산업 현실에 적합한 자율규제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윤석열 정부는 플랫폼 산업에 대한 자율규제 방침을 공식화한 데 이어,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를 중심으로 플랫폼 자율규제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는 플랫폼 사업자·협회·소비자단체·전문가 등이 참여해 플랫폼 자율규제 도입 방안을 논의하는 민간 기구다.
이 가운데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계 교수는 플랫폼 규제에 대해선 규제 필요성과 규제 가능성을 먼저 확인해 규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단 점을 강조했다. 특히 플랫폼의 유형이 다양하게 분류되는 만큼, 플랫폼 규제 논의는 플랫폼의 특성이 간단치 않단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계 교수는 “선제적 규제 논의가 가장 우려된다. 기존 플랫폼 규제 주장이 지닌 개별적 타당성이나 실효성에 문제가 있음에도 이를 침묵한 것은 아닌지, 데이터 기반이 아닌 특정 정책 기조 합리화를 위해 추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플랫폼의 특성이 간단치 않단 것부터 전제해야 한다”며 “개별 플랫폼이 시장 및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데 따른 법적 책임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선 매출, 수수료 등 단순 방식으로 계산해 규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선지원 광운대 법학부 교수도 각 플랫폼의 성격과 유형에 적합한 자율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등 공적 주체가 일률적인 자율규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자율규제 효과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단 점도 강조했다.
선 교수는 “해외의 자율규제 사례들은 각 산업 영역의 특징과 해당 법제의 규제 환경에 맞추어 특유의 목적을 가지고 실현 가능성 및 효율성을 고려했다”며 “한국 플랫폼 산업의 현황과 특징을 고려해 각 플랫폼의 성격과 유형에 적합한 자발적인 자율규제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 산업 분야에서 상당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단 점에서 자율규제의 효과성은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온라인 플랫폼 산업을 하나의 현상으로 보고 일률적인 자율규제의 거버넌스를 관철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 상황과 시장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를 면밀히 고려해 업종별 혹은 규제의 쟁점별로 적합한 형태의 자율규제를 채택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자율규제 역량을 키워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자율규제기구’ 설계 방향 마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자율규제기구는 집단적 방식으로 규범이나 원칙을 제정함으로써 일정한 산업을 스스로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를 말한다. 즉 관련 주체들이 모여 일정한 규제내용을 마련하고 규제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 및 규제 이행을 강제한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융합미디어콘텐츠정책전공 교수는 자율규제기구는 ▲변화·이동·혁신성을 반영할 수 있는 융통성 ▲전산업 관련성에 비롯된 갈등 해결 능력 ▲탈영토성에 기반한 글로벌지향성 ▲집행력과 실효성 등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단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자율규제기구 유형을 ‘개별 사업자 자체 설치형 자율규제기구’, ‘산업계 주도 설치형 자율규제기구’, ‘정부 주도 설치형 자율규제기구’, ‘정부업무 위임형(공무수탁형)기구’ 등 4개로 분류하고, 산업계 주도 설치형 자율규제기구를 가장 바람직한 자율규제기구 유형으로 꼽았다. 해당 유형 기구는 반드시 법정 기구일 필요가 없어 그 법적 기반 역시 정부가 자율규제를 지원할 수 있는 일반적 규정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율규제기구로 논의될 수 있는 유형은 산업계 주도 설치형 자율규제기구와 정부 주도 설치형 자율규제기구다. 그러나 정부 주도 설치형 자율규제기구의 경우 금융, 가맹·유통업 등 대부분 강력한 규제산업에 해당되는 영역에서 나타나는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현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나 한국게임정책자율규제기구(GSOK)유형의 산업계 주도 설치형 자율규제기구가 더 적절하다”고 밝혔다.
특히 김 교수는 자율규제기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글로벌 기업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 등 시장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단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자율규제기구에 해외 사업자가 포함되지 않으면 반쪽짜리가 될 것”이라며 “해외 사업자가 기구에 들어오게 하려면 일정부분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사회의 역량이 중요하다. 소비자단체나, 이용자연합회 등이 업계가 합의사항을 준수하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 행동에 나서야 자율규제가 실효성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다수 의석인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법안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22대 민생법안 중 하나로 채택하는 등 법안 추진 의지를 보인 탓에, 자율규제 도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