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엣지테크놀로지·WCP 상장 후 3개월간 일반청약자 대상 환매청구권 의무
공모가 대비 90% 이하면 되사줘야···환매청구권 대상물량 1139억원에 달해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이익미실현기업(테슬라 요건) 상장에 나섰던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 더블유씨피(WCP)가 나란히 IPO 흥행에 실패하면서 상장 후 주가에 대한 우려가 그치지 않고 있다.
특히 상장주관을 맡았던 KB증권,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은 비상이다. 이들은 상장 후 3개월 동안 공모가의 90%로 일반청약자들의 주식을 되사줘야 하는 환매청구권(풋백옵션) 의무를 지고 있기에 상장 후 주가가 급락하면 대규모 손실을 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KB·신한·삼성證, 환매청구권 리스크 부각되나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 더블유씨피 상장주관을 맡았던 KB증권,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3사의 일반투자자 대상 환매청구권 규모는 총 1139억원에 달한다.
환매청구권은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의 90%를 밑돌 경우 공모주 투자자가 공모가의 90% 가격에 증권사에 공모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로 이익미실현기업 상장이나 성장성 추천 상장 등에 적용되는 제도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 더블유씨피의 경우 이익미실현기업 상장을 선택했기에 상장주관사는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상장 후 3개월 동안 공모가의 90%에 해당하는 환매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 더블유씨피 모두 기대와 달리 IPO 과정에서 미국발 금리인상에 따른 증시급랭과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며 흥행에 실패했다.
반도체 설계자산(IP)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지난 7~8일 진행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44.3대1의 부진한 경쟁률을 보이며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1만5000~1만8000원) 보다 낮은 1만원으로 결정했다.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도 최종경쟁률이 78.2대 1에 그쳤다. 오는 2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데 상장 후 주가 흐름에 대한 우려가 그치지 않고 있다.
상장주관사인 삼성증권은 전체 공모주식(338만5000주) 가운데 25%인 84만6250주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배정했고 이에 대해서는 3개월 동안 환매청구권을 제공해야 한다. 공모가 기준 일반투자자 배정물량은 85억원가량이다.
2차전지 분리막 제조사인 더블유씨피는 대부분 흥행을 예상했던 상황이라 충격이 더 크다. 더블유씨피는 지난 14~15일 진행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33.18대 1이라는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고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8만~10만원)보다 낮은 6만원으로 결정했다.
더블유씨피 대표상장주관사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맡았고 삼성증권은 인수회사로 참여했다. 전체 공모주식 702만7164주 가운데 일반투자자 몫으로는 25%인 175만6791주가 배정됐다. 각 증권사별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배정된 주식은 KB증권이 93만1099주, 신한금융투자가 70만2715주, 삼성증권이 12만2976주다. 금액으로 따지면 KB증권이 559억원, 신한금융투자가 422억원, 삼성증권이 74억원 가량이다.
더블유씨피의 공모청약은 이날부터 21일까지 이틀동안 진행되고 상장 예정일은 이달 30일이다. 더블유씨피가 공모청약에서도 부진하다면 상장주관사단의 환매청구권 부담에 대한 우려는 한층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 씨앤투스성진 악몽 재현?···상장 첫날이 관건
이익미실현 기업 상장은 2018년 상장한 카페24를 시작으로 지난 7월 성일하이텍까지 12개 기업이 선택한 상장 방식이다.
이익미실현 기업 상장은 ▲기준시가총액이 1000억원 이상 ▲기준시가총액이 500억원 이상 & 공모 후 자기자본 대비 기준시가총액 비율이 100분의 200 이상 ▲ 기준시가총액이 500억원 이상 & 최근 사업연도 매출이 30억원 이상 & 최근 2사업연도 평균 매출 증가율이 100분의 20 이상 ▲ 기준시가총액이 300억원 이상 & 최근 사업연도의 매출이 100억원 이상 ▲ 코넥스상장법인이 기준시가총액이 750억원 이상, 일평균 거래대금이 1억원 이상, 소액주주가 소유한 주식의 총수 및 보통주식의 총수가 각각 발행주식 총수 및 보통주식총수의 100분의 20 이상일 경우 등 총 6가지 기준 가운데 1개만이라도 달성하면 가능하다.
이익미실현 기업 상장 기업 가운데 최초로 환매청구권이 행사된 기업은 2019년 상장한 제테마다. 제테마는 2019년 10월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희망공모가범위로 3만6000~4만8000원을 제시했으나 경쟁률이 12.41대1에 그쳤고 결국 공모가를 2만1000원으로 낮춰서 상장해야했다.
지난해 초 상장한 씨앤투스성진의 경우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에서 모두 나쁘지 않은 결과를 냈음에도 상장 후 주가가 급락하며 환매청구권이 대량으로 행사됐다. 씨앤투스성진은 수요예측에서 1010.02 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2만6000~3만2000원) 상단인 3만2000원으로 확정했다. 공모청약에서도 경쟁률이 674.04대 1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환매청구권은 행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모주 투자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상장 첫날 주식을 매도하기 때문이다. 씨앤투스성진의 경우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채 1년 가까이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환매청구권 행사가 대량으로 이뤄진 경우다.
상장 첫날부터 상장 후 3개월 동안 주가가 공모가를 늘 밑도는 경우도 많지 않다. 올해는 이익미실현기업 상장으로 케이옥션과 성일하이텍이 증시에 입성했는데 두 기업 모두 상장 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환매청구권이 행사될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