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법 적용시 국내 메타버스 서비스 불가
“기존법과 중복···체계적으로 재개정 필요”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가 ‘메타버스진흥법’ 입법에 속도를 낸다. 지난 6월 법안을 발의한지 세 달만에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메타버스 산업이 신사업으로 떠올랐지만, 게임 규제를 적용해 한계가 있어서다.
20일 문체위는 제1차 전체회의를 열고 메타버스진흥법을 포함해 45건의 안건을 상정했다. 메타버스진흥법도 심사소위 안건으로 포함됐다. 지난 6월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메타버스진흥법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발의된 첫 메타버스 법안으로, 현 정부의 국정과제 차원에서 마련됐다.
해당 법안은 메타버스를 정의하고 메타버스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제도 마련 및 자율규제 등을 도입하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문체부 장관이 메타버스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정부와 민간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세워 정책의 총괄을 맡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메타버스와 관련된 법안은 없다. 메타버스의 법적 정의조차 없기 때문에 기존 법률 적용을 놓고 잡음이 이어졌다. 게임산업법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규제 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적 요소가 얼마나 포함됐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에 따라 ‘로블록스’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게임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으며,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는 엔터테인먼트로 분류돼 있다.
관련업계는 메타버스 서비스의 게임적 요소가 점차 강화되면서 게임과 경계도 모호해졌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은 광고 수익에 의존했던 메타버스 서비스에 창작자 수익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게임, 아이템 등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 즐길거리를 늘려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문제는 게임적 요소가 포함된 메타버스는 게임법에 따라 규제를 받는다는 점이다. 게임법은 이용자가 재화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게임법을 적용할 경우 새로운 수익모델 적용은 불가능하게 되며, 이용자 확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최근 제페토가 등급분류 안내를 받으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제페토에는 가상화폐 ‘젬(ZEM)’이 있는데, 이를 현금화 할 수 있다.
게임사들은 메타버스에 창작자 수익모델을 적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게임 규제를 받게된다면 신사업 확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월드’ 및 ‘넥슨타운’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컴투스는 ‘컴투버스’를, 넵튠은 ‘컬러버스’를 공개하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타버스 산업의 경우 스타트업, 중소기업들도 진출해 있어 게임법 규제 아래 놓인다면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데이터정책위원회를 출범해 게임과 메타버스 선긋기에 나섰다. 위원회는 연내 게임과 메타버스를 구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여기에 국회도 법안 심사에 돌입하며 보조를 맞출 전망이다.
다만, 법률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연호 수석전문위원은 메타버스진흥법 검토보고에서 “해당 법안은 기존 인터넷 환경과 달리 혁신적으로 규제를 개선하고 이용자 보호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콘텐츠산업진흥법과 중복되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메타버스산업진흥법이 계류돼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전체적인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혼란과 중복이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법률안을 재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는 국정감사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이날 여야 간사는 국정감사 일정 외에 법안소위 일정은 별도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메타버스진흥법을 포함해 이날 상정된 안건들은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문체위 전체회의 심사 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다. 이후 국회 본회의를 거쳐 통과된다.